[데스크 직격 인터뷰] 김영석 정치부장이 이준석 전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을 만나다

입력 2014-11-21 02:27
이준석 전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대회의실에서 보수혁신위원회의 혁신안에 대해 “너무 쉽게 접근했다”고 말하는 등 정치 현안에 대한 소신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이동희 기자
“대통령의 격에 맞는 큰 판을 벌일 만한 사람이 없다.”

이준석(29) 전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이 바라본 새누리당의 현실이다. 지난 17일 국민일보 대회의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다. 이 전 위원장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대권후보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그래서 보수 세력 중심의 정계개편 카드를 얘기했다. 이 전 위원장에게 새누리당은 ‘회의(懷疑)’ 그 자체였다.



-보수혁신위원회 9개 혁신안을 평가하면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의 경우 크게 저항이 없을 만한 것부터 시작했다. 소위 국민적 여론을 바탕으로 특권 내려놓기 위주로 갔고, 때로는 국민들로부터 포퓰리즘이라고 비판받는 것들을 건드렸다. 그런데 김 위원장도 저항이 이렇게 셀 줄은 몰랐을 거다. 세비 개혁 등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발도 상당한 문제가 있는데.

“우리가 관행이라는 측면을 항상 비판적 논조로 얘기하지만, 반대로 관행을 깨기 어려운 수많은 내부 사정이 있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국회의원들의 특권과 실제로 그들이 누리고 있는 특권이 굉장한 차이가 있다. 그래서 당내에서 동의를 얻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새누리당이 재집권하기 위해 바꿔야 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인사 물갈이다. 새누리당이 300명의 공천자를 면밀히 분석해서 낼 만큼 당의 인사체계라는 것이 대기업보다 못하다. 넓게는 지방의회까지 수천명을 검증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 검증 기간을 늘려야 한다. 공천 제도도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전 위원장이 생각하는 보수는 무엇인가.

“보수의 가치가 대북 강경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에 회의가 든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소위 보수 정권이라고 칭해졌던 정권들의 정책들이 보수적인 정책만이 아니었다. 보편적 기준에서 봤을 때 ‘순수 보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표를 쫓아가는 게 많았다. 반대로 순수 보수가 옳은 것인가에도 회의가 든다. 이제는 이런 괴리를 던져버릴 때가 됐다. 당시 혁신위에서 김종인 전 의원이 가장 먼저 내세웠던 게 정강정책에서 보수를 삭제하자라는 말을 해서 논란이 컸었다. 나는 보수에 대한 부정이 되면 광범위한 반감을 살 수 있어서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가야 될 방향성에는 맞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지금은 든다.”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사실 새누리당도 보편적 복지 정책을 많이 쓰고 있다. 무상보육의 경우 보편적 방법이 옳을 수 있다. 무상급식의 경우에 있어서 새누리당도 고교 무상화를 대선 공약에 넣었다. 아마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도 해당 회의에 참석했었다. 최근 안 수석이 ‘무상급식은 대통령 공약사항이 아니다’고 했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증세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증세는 해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이 국민들을 잘 설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박근혜정부가 복지를 할 생각이 있다면 좀더 강하게 조세저항을 돌파해야 한다. 어차피 한 번 돌파해야 할 관문인데 그걸 못했기 때문에 담뱃세와 같은 간접세 증세로 가고 있다. 굉장히 안타깝다.”

-박근혜정부를 평가해 달라. 그리고 박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은.

“튀어나오는 아이디어가 적은 것 같다. 보안을 중시하다 보니까 국민들과 논쟁을 붙여야 하는 사안이나 여론에 물어봐야 하는 사안들이 많이 잠수를 타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 뭐가 일어날지 예측이 안 된다. 답답한 측면이 있다. 논쟁이 있어야 한다.”

-새누리당의 재집권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회의적이다. 지난 대선 때는 안철수 열풍을 박근혜라는 걸출한 후보를 통해 돌파했지만 현재는 안철수 의원 같은 제3후보를 이길 만한 잠룡이 새누리당에 없다. 당분간 선거가 없기 때문에 후보로 클 만한 여건도 마련돼 있지 않다. 그런 탓에 대선을 앞두고 정계개편이 한번 정도는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외부 영입이 있을 것으로 본다. 충분히 그럴 만한 개연성 있다. 특히 다선 의원들의 인지도가 너무 낮기 때문에 외부 영입을 택할 수밖에 없다.”

-정계개편은 보수 세력의 확장을 의미하나.

“내가 봤을 때 국민 다수가 다음 총선을 앞두고 좀더 보수화되는 길을 갈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 쪽에서 분열이 있을 것 같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는 진보세가 컸기 때문에 진보세력의 분열이 일어났다. 지금은 보수 세력이 팽창하고 있어서 분열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대권쟁취 가능성은.

“지금 새누리당 내에서 대통령과 각을 세워 대선주자로 돌출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것에 회의적이다. 이 말로 대신하겠다.”

-새누리당을 지지하는가.

“그런 것 같다. 내가 새누리당이라는 정당에 호감을 가졌던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행정을 보면서다. 굉장히 느낌을 많이 받았다. 불도저라는 이미지가 나쁘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래도 확고한 철학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버스체계 개편을 보고 열광했다. 대학 졸업논문이 단 한 번의 고민도 없이 서울시 지하철 체계에 대한 분석이었다. 그 정도의 서울시장이나 대통령의 격에 맞는 큰 판을 벌이는 사람이 있어야 된다고 본다. 그런데 지금의 새누리당은 그만한 역량을 가진 사람이 없다. 뭔가 확 끌어당기는 것이 없다. 새누리당에 열광할 만한 뭔가가 있느냐고 하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직접 만나본 이준석은…

점퍼 차림으로 지난 17일 국민일보 대회의실에 들어선 이준석 전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의 첫 인상은 영락없는 대한민국 20, 30대 청년이었다. 그러나 1시간여 동안의 인터뷰에선 180도 다른 달변가로 변해 있었다. 엄친아의 ‘꼴불견 화법’이 아닌 자신만의 단어로 자신의 정치철학을 쉼 없이 얘기했다.

2007년 봉사단체인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을 시작한 이유가 ‘주말에 할 것이 없어서’라는 엉뚱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오히려 저소득층 소년소녀들과 함께하는 공부를 통해 정반대로 자신이 배웠다고 한다. 미국에서 갓 돌아와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쓰는 꼴불견 화법이 그들의 언어로 바뀌었다고 했다. 저소득층 가출 청소년, 독거노인, 대학생의 세 부류를 함께 묶는 셰어하우징 아이디어도 이때 구상했다고 한다.

이 전 위원장은 “못 놀았다”고 했다. 주량이 소주 1∼2병이지만 벤처기업과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놀 시간이 없었다고 한다. 이 전 위원장은 “의무감으로 회식을 하는 경우가 있는 술문화와 ‘놀자’라는 데서 즐거움을 잘 못 느낀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결혼 시기에 대해선 “저도 그게 궁금하다”고 했다. 이 전 위원장은 “만나는 사람도 있었고, 헤어진 사람도 있었는데 이제 다른 사람을 만나면 결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까 굉장히 부담스럽더라”고 했다. 특히 “정치권에 있다 보니 주변 의원들이 딸을 만나보라고 많이 권유하는데 나가면 진짜 예의상 만나게 된다”고 밝혔다.

2011년 박근혜 당시 의원의 권유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이 전 위원장은 현재는 국회의원 출마 생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 전 위원장은 “풍부하게 준비가 되지 않으면 누군가의 아이디어로 정치 장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제했다. 이어 “호남에서 한 우물을 판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처럼 내가 뭔가 한 우물을 팔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놓고 정치권에 들어와야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29세인 이 전 위원장이 대한민국 20, 30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이 전 위원장은 “벤처기업 사장들과 얘기해 보면 회사에 처음 들어온 신입사원들이 들어올 때부터 생각하는 것이 이직”이라며 “자기가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이 전 위원장은 약속이라는 단어를 내놓았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약속을 지키다 보면 새로운 기회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했다.



△1985년 서울 출생 △서울과학고·하버드대 경제학과 졸업 △2011년 ∼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2014년 새누리당 혁신위원장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 대표교사·클라세스튜디오 대표

김영석 정치부장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