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한 10번 치지 그랬냐” 정무위서 질타 당한 박승춘

입력 2014-11-19 04:22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로부터 호된 ‘뭇매’를 맞았다. 최근 새누리당 소속인 정우택 정무위원장 사무실을 찾아가 장진호전투 기념비 설립예산 전액 삭감에 대해 항의하며 탁자를 내려치고 서류를 던진 그의 언행 때문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은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일국의 장관이 분노조절장애 환자도 아니고 코미디 같은 행태를 만천하에 드러냈다’고 한 신문 사설을 인용하며 “이쯤 되면 본인이 알아서 그만두는 게 도리”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박 처장은 “언론의 칼럼에 다양한 의견이 있으므로 특정 언론에 대해 일일이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이어 “공직은 국가가 부여한 것”이라며 “따라서 개인적으로 여기서 제 거취에 대해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도 했다.

박 처장 답변이 나오자마자 새정치연합 강기정 의원은 “그럼 (지난 13일) 그 행동이 아무렇지 않았다는 것이냐”며 호통을 쳤다. 그제야 박 처장은 “이번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념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강 의원은 “가서 주먹으로 책상 한 번 치니까 기념비 설립 예산 절반이 살아난 것 아니냐”며 “그럼 두 번 치면 전부 다 살아나고, 한 10번 치지 그랬느냐”고 비꼬았다. 박 처장의 항의에 기념비 설립 예산(당초 3억원) 가운데 1억5000만원만 깎인 것을 빗댄 것이다.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만약 박 처장의 그런 행동이 없었으면 충분히 여야가 정치적 대화를 통해 이 예산을 전액 살릴 수도 있었다”면서 “그 행동이 보훈처의 꼭 필요한 예산마저도 갉아먹고 있는 데 대해 스스로 돌아보라”고 했다.

새누리당 김태환 의원도 “야당 의원들이 처장 태도가 괘씸해서라도 안 해주는 것일 수 있다”면서 “(야당 의원들이) 사퇴하라고 했는데 한번 잘 생각해보라”고 가세했다. 박 처장을 향한 의원들의 분노는 정 위원장이 “지난번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처장이 정식으로 의원들에게 사과했다”고 말하면서 수그러졌다. 정 위원장은 “박 처장은 여야 의원들이 지적한 것을 진정성 있게 듣고 실수가 반복되지 않게 처신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했다.

김경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