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노예 3580만명… 눈 감은 국제사회

입력 2014-11-19 04:30
‘현대판 노예’로 일하는 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3580만명에 이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국제사회가 노예 노동에 대해 모른 척하는 게 이토록 많은 이들이 노예로 방치된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다.

국제 인권단체인 워크 프리(Walk Free) 재단은 17일(현지시간) 보고서를 발표하고 167개국에서 3580만명이 노예 생활을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 세계 인구의 0.5%에 해당한다.

현대판 노예에는 매춘을 강요받는 이들, 성적 학대 상태에 있는 이들, 장기(臟器) 적출자, 빚에 의한 강제노동, 강제결혼 및 조혼, 아동노동, 위협에 의한 노동,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노동착취, 예전 방식의 노예생활 등이다. 이런 노예 상태에 있는 이들은 그 자체도 불합리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일한다고 해도 자신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게 더 큰 불행이기도 하다.

워크 프리는 특히 주요 10개국이 전체 노예 노동자의 71%를 차지한다고 비판했다. 노예 노동이 많은 나라로는 인도(1428만명) 중국(234만명) 파키스탄(206만명) 우즈베키스탄(120만명) 러시아(105만명) 나이지리아(83만명) 민주콩고(76만명) 인도네시아(71만명) 방글라데시(68만명) 태국(47만명) 등이다.

아울러 전체 인구에서 노예노동 비율이 높은 나라로 모리타니카(4.00%) 우즈베키스탄(3.97%) 아이티(2.30%) 카타르(1.36%) 인도(1.14%) 등이 꼽혔다. 카타르의 경우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한 뒤부터 해외의 값싼 노동력이 많이 유입되면서 노예노동 상위국이 됐다. 카타르의 허술한 해외 노동자 관리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비난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노예 노동을 없애려면 각국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하지만 경제성장 등을 위해 알면서도 눈을 감고 있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노예 노동을 방조하는 기업들을 공표해 망신을 주는 브라질의 ‘더러운 리스트(Dirty List) 프로그램’이나 2012년부터 노동착취에 의한 제품 구매를 금지해온 미국의 ‘인간매매 근절 조달 프로그램’ 등을 다른 나라들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워크 프리는 주문했다.

손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