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가 도심에 쳐 놓았던 바리케이드 일부가 18일 철거됐다. 철거 과정에서 시위대가 특별히 저항하지 않아 사실상 ‘우산 혁명’이 막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시위대가 홍콩섬 애드미럴티 지역 시틱타워 앞과 까우룽반도 몽콕 지역 시위현장에 쳐 놓은 바리케이드를 인부들이 철거했다. 이번 철거는 지난주 홍콩 고등법원이 내린 건물 점거금지 명령에 따른 것이다. 법원 집행관들은 현장에 나와 점거금지 명령을 신청한 시틱타워 건물주들이 고용한 인부들의 철거 작업을 지켜봤다.
건물주 등 원고의 소송대리인이 법원의 점거금지 명령을 현장에서 읽은 뒤 인부들은 철제 바리케이드를 고정하기 위해 묶어뒀던 끈을 끊고 바리케이드를 준비된 트럭에 실었다.
현장에는 경찰이 출동해 만일의 충돌 사태에 대비했다. 하지만 현장을 지켜보던 시위대는 크게 반발하거나 물리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 청년 시위대 지도자 중 한 명인 조슈아 웡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며 경찰과 승강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철거 작업이 확대되면 실망스러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위대 일부는 자신들이 쳐놓은 텐트를 다른 시위현장으로 이동시키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앞서 홍콩 고등법원은 지난 10일 시틱타워와 몽콕 지역, 네이선 로드 등 3곳의 점거를 금지하는 명령을 연장하면서 경찰이 명령을 어기는 시위대를 해산하거나 체포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하지만 이번 철거에도 불구하고 홍콩 경찰이 당장 시위대에 대한 전면적인 강제해산까지 시도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렁춘잉 홍콩행정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시위대의 행동은 명백한 위법 행위로 홍콩 사회는 불법 행위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홍콩 시민의 법률 준수를 촉구했다. 이어 “도심을 점거한 이들은 이미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관한 자신들의 주장을 명백히 표명하지 않았느냐”면서 “법원의 명령을 위반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철거 조치의 정당성을 강조했다고 반관영 통신인 중국신문사가 전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2017년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안 철회를 요구하는 홍콩 시민의 도심 점거 시위는 8주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시위대는 홍콩 당국과 대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시민들도 장기 점거에 염증을 느끼면서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시위대가 동력을 계속 상실하면서 홍콩의 민주주의 강화를 내건 이번 시위가 별다른 성과 없이 종결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홍콩 ‘우산혁명’ 성과 없이 접나
입력 2014-11-19 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