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의원 해산 선언… 아베의 꼼수

입력 2014-11-19 04:32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는 21일 중의원을 해산하고 다음 달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18일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10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을 미루고 그 판단을 국민에게 묻겠다”고 말했다.

중의원은 당초 19일 해산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베 정권의 중점 과제인 ‘지역창생’ 법안 등 주요 법안의 처리를 위해 시기를 다소 늦췄다. 4년 임기 중의원 475명(지역구 295명, 비례대표 180명)을 뽑는 총선은 다음 달 2일에 정식 고시돼 같은 달 14일에 투·개표가 실시된다. 지역구는 당초 300명이었으나 이번 선거부터 5석이 줄었다.

역대 일본 총리들은 궁지에 몰릴 때마다 중의원을 해산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총선 승리를 바탕으로 막힌 정국을 한번에 돌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의 이번 발표 역시 그의 치적인 ‘아베노믹스’가 실패로 끝났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총선을 통해 재신임을 받겠다는 의도다.

아베 내각은 지난 봄 재정적자를 해소하고 복지예산을 확보하고자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인상했다. 무제한 양적완화와 경기부양책 등으로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경제 상황을 지켜본 뒤 내년 10월 소비세를 재인상(8→10%)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예측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잠정치가 연간 기준 마이너스 1.6%에 그쳤다. 앞서 2분기에도 7.3% 감소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다. 아베 총리는 경기 침체 원인이 무리한 소비세 인상이라는 지적에 따라 내년 10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재인상도 1년6개월 더 연기하기로 했다. 그는 “아베노믹스 성공을 위해 소비세 인상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2017년 4월로 연기된 소비세율 인상은 재연기 없이 무조건 시행할 방침이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소비세율 인상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경기탄력조항’(경기가 좋지 않으면 소비세 증세를 금지하는 조항)도 폐지키로 했다.

소비세 증세는 역대 일본 정권의 ‘무덤’이었다. 다케시타 노보루 총리는 1989년 소비세를 처음 도입한 직후 실각했다. 이어 1997년 소비세 인상을 단행했던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 역시 동아시아 경제위기로 경기가 둔화되면서 사퇴했다. 2012년에는 민주당이 소비세 인상을 추진하려다 총선에서 참패했다. 아베 총리 역시 소비세 증세를 시도하려다 역풍에 직면하자 증세 연기를 쟁점으로 걸어 선거를 다시 치르려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의 목표는 과반 의석 유지다. 아베 총리는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아베노믹스를 진척할 수 없다”며 “과반 확보 실패는 곧 아베노믹스가 부정되는 것이므로 사퇴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선 최소 238석(현재 294석)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연립여당은 전체 의석(현재 480석)의 68%인 325석(자민 294·공명 31석)을 차지하고 있다.

야당의 선거 준비 태세가 지지부진한 데다 자민·공명 연립여당에 맞설만한 세력도 없다는 점에서 상황은 아베 총리에게 유리한 편이다. 다만 선거가 ‘아베노믹스 심판’ 구도로 흘러갈 경우 의외로 고전할 가능성도 있다. 경기 회복을 공약으로 내세워 집권한 탓에 경기 둔화 상황은 분명 악재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