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통과 땐 매출 반토막”… 한전KDN 사활 건 입법로비

입력 2014-11-19 03:25 수정 2014-11-19 15:04
한전KDN의 입법로비 회의록(왼쪽)과 의원실에 제출한 후원금 기탁자 명단.
“다음으로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의원이 대표 발의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일부 개정안 심사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개정안은 국가기관 등이 발주하는 소프트웨어 사업에 참여가 제한되는 대기업 및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서 공공기관을 제외하고자 하는 내용으로… 수정 의결하기로 했습니다.”(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조해진 위원장)

전 의원이 지난해 2월 14일 대표 발의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은 그해 6월 26일 국회 미방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그러나 전 의원이 2012년 11월 15일 처음 발의한 개정안과는 달라져 있었다. 원래는 공공기관의 참여 제한을 강화하는 거였는데 정작 통과된 법안은 공공기관이 제한을 덜 받게 해주는 내용이었다. 같은 의원의 법안이 3개월 만에 정반대로 바뀌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경찰은 18일 이 법에 영향을 받는 한전KDN이 전 의원을 상대로 ‘공공기관 제외’ 조항을 집어넣기 위해 입법 로비를 벌인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전KDN은 전 의원이 첫 개정안을 내놓은 지 사흘 만인 2012년 11월 19일 ‘소프트웨어사업대처팀’이라는 대응팀을 만들어 가동했다. 김모(60) 전 본부장이 팀장을 맡았다.

이들은 12월 13일 회의를 거쳐 법 개정에 힘을 쓸 수 있는 전 의원 등 국회의원 4명을 골랐다. 함께 선정된 새정치연합 김현미 의원과 새누리당 홍일표 여상규 의원은 이 개정안과 직접 관계는 없지만 소속 상임위에서 한전KDN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김 의원과 여 의원은 각각 기획재정위원회와 지식경제위원회(지경위) 간사, 홍 의원은 지경위 법안심사소위원장, 전 의원은 지경위원이었다.

한전KDN은 직원 수백명을 동원해 1인당 약 10만원씩 의원들에게 입금하도록 했다. 개인이 후원한 것처럼 보이도록 후원금을 쪼개 직원 개인 명의로 전달케 한 것이다. 국회의원 등 공무원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하면서 담당 사무에 관해 청탁하는 행위는 불법이기 때문이다.

한전KDN 측이 기부한 후원금은 전 의원 1816만원, 김 의원 1164만원, 홍 의원 1430만원, 여 의원 995만원이다. 전 의원에게는 법안 발의 전인 2012년 12월 말과 법안이 소위를 통과한 뒤인 지난해 8월 말 두 차례에 걸쳐 기부했다. 지난해 6월 전 의원이 책을 냈을 때는 의원실에서 요청한 100권보다 2배 많은 300권을 사들였다.

한전KDN의 바람대로 공공기간 제외 문구가 들어간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 3월 31일부터 시행 중이다.

김모(58) 전 한전KDN 사장은 입법 로비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8월 사임했다. 한 달 앞서 해임된 김 전 본부장은 지난해 11월 관련 업체 대표로부터 한전KDN 사업 수주를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1100만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검찰에 구속됐다.

전 의원은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한 건 중소기업을 보호하자는 취지와 달리 공공기관의 공공부문 발주 사업 참여가 배제돼 공공기관이 민영화되는 상황을 막아보자는 취지였다”며 “입법 로비를 받은 사실도, 받을 이유도 없다”고 해명했다.

다른 의원들도 혐의를 부인했다. 홍 의원은 “내가 지경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이었지만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심사 대상도 아니었고 정부 조직이 개편되면서 미방위로 이관돼 전혀 관여한 적이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한전KDN 관련) 법안을 내지도 않았을뿐더러 그런 법안을 심사하거나 찬성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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