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간과 신장을 기증하고 200회 가까운 헌혈을 해온 목회자가 있다. 경기도 양주시 꿈나무로 엔젤요양원장 송우강(62·사진) 목사다. 그는 1997년 왼쪽 신장을, 2000년엔 간의 3분 1을 기증했다. 요즘처럼 장기기증 문화가 보편화되지 않았을 시절,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해보자는 게 단순한 동기였다. 송 목사의 장기기증은 가족이나 특정인을 위한 이식이 아닌 순수 기증이었다.
헌혈은 장기 기증 이후 건강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감사해 시작했다. 300회를 목표로 시작했으나 지난해 헌혈 가능 최고 연령인 61세가 되면서 할 수 없이 중단했다. 그동안 헌혈 횟수는 190회. 지난 17일 요양원에서 만난 송 목사는 “아직도 헌혈할 수 있는데 아쉽다”며 “장기기증 이후에도 손해 보는 일 없이 형통케 하셨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현재 요양원을 직접 운영하면서 ‘노인 목회’를 하고 있다. 번듯한 예배당에서 성도들을 모아 설교하는 목회자는 아니지만 병들고 쇠약해져 의지할 데 없는 노인들에게 천국의 소망을 심어주고 있다. 송 목사는 이 같은 목회를 ‘교통정리’로 묘사했다.
“요양원 노인들 중엔 평생 주님을 몰랐던 분도 적지 않습니다. 이들에게 믿음을 심어주고 마지막을 주님의 품에 인도하는 교통정리자의 심정으로 살고 있습니다. 천국만 바라보는 노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다보니 설교는 늘 복음적이지요. 행복한 목회라고 생각해요.”
그의 ‘교회’는 작다. 198㎡(60평) 규모의 임대 건물 2층이 전부다. 매일 9명의 노인들과 같이 지내면서 노인을 돌본다. 주일엔 낡은 강대상을 갖다놓고 말씀을 전한다. “저녁 9시면 노인들은 대부분 잠이 듭니다. 자정에 침상을 붙들고 기도하면서 하루 일과를 마칩니다.”
송 목사는 2년 전부터 요추 협착증으로 고통 받고 있다. 실제로 그는 45도 정도 허리가 굽어있었다. 지난 2년 간 7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았지만 누우면 허리와 다리가 펴지지 않은 채 통증 속에 잠을 잔다. 그동안 간과 신장 기증을 하면서 받은 수술 탓에 추가 요추 수술도 어렵다. 감사하게도 최근 충북 괴산의 한 병원장으로부터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그는 ‘공평하신 주님의 손길’이라고 했다. 그는 꿈이 있다고 했다.
“앞으로 평생교육원을 운영하면서 은퇴 목사님도 섬기고 싶습니다. 다문화가정 부모와 자녀를 위한 프로그램도 해보고 싶고요.”
양주=글·사진 신상목 기자
간·신장 기증하고 헌혈 190회… 노인들 주님 품에 인도
입력 2014-11-20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