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금만 쌓이는 서방-푸틴

입력 2014-11-19 02:38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과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는 다소 전향적인 의사를 전했지만 독일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추가 제재를 발표하면서 등을 돌렸다. 양쪽의 골이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져 화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푸틴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독일 제1공영 ARD TV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독일은 지난 10여년간 전례 없는 우호관계를 다져왔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와 독일이 러시아와 유럽 전체, 나아가 세계와의 관계를 풀어갈 좋은 토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푸틴은 “중부와 동부유럽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세력이 확장되고 있는 것은 지정학적 흐름을 바꾸는 중대한 일”이라며 “나토와 미국은 전 세계에 군사를 배치하고 있고, 최근 그 수는 증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방국가들이 신냉전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의 몇몇 정치세력은 연방화 가능성에 대해 아예 듣기조차 싫어하는데 나는 그런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는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연방화하는 것을 사태 해결방안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푸틴의 유화적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EU는 오히려 러시아에 대한 비난과 제재를 이어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호주 로위국제정치연구소 초청 연설에서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이어 “냉전이 끝난 지 25년인데 누가 유럽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또 벌어지리라 생각이나 했겠느냐”며 “(러시아가) 이런 식으로 계속 간다면, 세르비아와 다른 서쪽 발칸 국가들의 안보를 걱정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푸틴의 화해 언급에 대해 서방국들이 이를 무시하는 것은 그가 끊임없이 러시아 주재 외교관들을 내쫓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푸틴 스스로 자국 주재 외교관들을 추방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서방에 냉전의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최근 며칠간 독일 라트비아 폴란드 등의 국가와 외교관 맞추방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EU 28개 회원국 외무장관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사태 제재 명단에 우크라이나 분리주의자들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EU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인사 총 119명에 대해 이미 여행금지 및 자산동결 등의 제재를 부과한 상태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