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모피아, 금융개혁 칼 쥐다

입력 2014-11-19 02:15 수정 2014-11-19 09:37

진웅섭(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 내정자는 검정고시 출신으로 금융 감독 수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나온 경북 포항 동지상고를 다니다 고졸 검정고시를 봤다. 재무부 이재국 출신이지만 건국대 법대를 나와 서울대 출신이 즐비한 모피아(재무부 출신 관료+마피아) 라인에서 비주류로 꼽혔다. 그는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정고시 출신인 점에 의미를 두려하자 “내가 자수성가했다고 하면 나를 키워주시느라 평생을 고생하신 부친에게 불효를 저지르는 것”이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향후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임명 전이라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감독원장이 되는 데 화려한 이력은 필요하지 않았다. 본인의 자리에서 성실하고 묵묵히 일처리를 하는 것이 더 돋보였다. 동양사태,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KB금융지주 내분 등 박근혜정부 들어 바람 잘 날 없었던 금융권을 안정시킬 능력이 금융 당국 수장의 덕목으로 주목받았다.

행정고시 28회인 그는 금융위원회 대변인과 자본시장국장을 거쳐 2012년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을 역임했다. 이 때문에 당과 금융권, 언론에 두루 밝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감원장에 내정되기 직전 사장으로 재직한 정책금융공사는 내년 산업은행과 통합을 앞두고 있다. 그는 동요하는 정책금융공사 직원들에게 “끝까지 흔들리지 말고 일하자”고 다독이며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 왔다.

이명박정부 말기의 여당 수석전문위원, 통합을 앞둔 정책금융공사 사장으로 재직하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본연의 업무를 수행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금감원이 튀는 때가 많았다”며 “묵묵하게 본연의 감독 업무를 수행하면서 원만하게 일처리를 하라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전임 최수현 원장은 취임 당시 ‘서민과 소비자를 위하는 금융’을 내세웠지만 정작 동양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와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금융사기로 피해를 입은 서민들을 구제하는 데 역부족이었다. KB사태를 비롯한 금융권의 내분을 수습하는 데 실패한 것도 사퇴 이유로 꼽힌다. 그래서 진 내정자가 취임직후 할 일은 금융권 다독이기와 저금리로 침체에 빠진 금융업 살리기에 모아진다.

1959년생인 진 내정자는 젊은 금감원장이다. 행시 기수가 늦은 데다 젊은 수장이 임명되면서 금감원 직원들은 후임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진 내정자보다 행시 기수 선배인 최종구 수석부원장(행시 25회)을 비롯해 진 내정자보다 나이가 많은 부원장급에서 거취 표명을 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장이 바뀐 만큼 인사 후폭풍이 불 것”이라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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