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이른바 ‘쪽지예산’을 제도적으로 없애겠다며 발의한 법률 개정안이 2년이 다 되도록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매년 예산심사 때마다 여야가 쪽지예산 근절을 공언해 왔지만, 실제로는 의지조차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3∼2014년 제출된 국회법 개정안 가운데 각 상임위의 예산안 예비심사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은 모두 6건이다. ‘카톡 예산’으로도 불리는 쪽지예산은 국회 상임위의 해당 정부예산 예비심사 과정에선 없던 항목이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옛 계수조정소위)에 불쑥 치고 들어와 최종 확정되는 나랏돈을 말한다. 정상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힘의 논리’에 따라 편성되기 때문에 밀실심사, 졸속심사의 대명사가 됐다. 예산안 자료가 워낙 방대해 쪽지예산을 가려내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현행 국회법 84조는 ‘예결위는 상임위의 예비심사 내용을 존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상임위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경우를 두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상임위에서 삭감한 예산을 증액하거나 새 비목(費目·들어가는 돈의 용도를 목적에 따라 나눈 항목)을 설치할 때다. 바꿔 말하면 두 경우를 제외하고는 예결위가 사실상 전권을 갖고 예산안을 마음대로 심사해 확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다보니 상임위 예비심사는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각 상임위가 심사숙고해 심사한 내용은 예결위에 반영되지 않고, 실세 의원이나 예산소위 위원과 친분 있는 의원들이 영향력을 행사해 쪽지예산을 집어넣는 관행이 계속돼 왔던 이유다.
6건의 개정안은 예결위가 상임위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경우를 확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언주 의원이 지난해 1월 발의한 개정안은 예결위가 상임위에서 심사한 예산을 증액 또는 감액하는 모든 경우에 상임위 동의를 얻도록 했다.
또 새 비목을 설치할 때뿐 아니라 기존 비목에 내역사업을 신설하는 경우도 동의 대상에 포함시켰다(새정치연합 강창일 의원). 새정치연합 박홍근 의원과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예결위가 예산을 증액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때 그 필요성을 서면으로 작성해 제출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구두로 질의하고 슬쩍 통과시키는 관행을 없애자는 취지다.
지난해 5월 의원 52명과 함께 쪽지예산 관련 국회법 개정안을 냈던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운영위원장에게 꼭 필요한 법안이니 신경써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심의 한번 제대로 못했다”면서 “국회가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기획-뉴스포커스] 여야 ‘쪽지예산’ 근절 말로만
입력 2014-11-19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