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오류 논란, 왜곡된 여론싸움 양상

입력 2014-11-19 02:04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 오류 논란이 일종의 ‘왜곡’ 현상을 빚어내고 있다. 영어 25번 문제는 오류일 가능성이 크지만 대다수 수험생은 복수정답 인정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반면 생명과학Ⅱ 8번은 정답을 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정확한 답이 무엇이냐는 본질과 관계없이 자기가 택한 답만 맞게 해달라는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의 ‘질문과 답변’ 게시판에는 18일 영어 25번의 복수정답 처리에 반대하는 의견이 50건 이상 제기됐다. 전날 이의제기가 마감되자 수험생들은 이 게시판으로 옮겨와 복수정답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작성자 ‘하○○’는 “⑤번을 선택한 사람은 출제자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며 “안 그래도 물수능이어서 등급을 잘 받아야 할 학생이 못 받고 하는데 복수정답을 인정하면 많은 학생이 피해를 입는다”고 적었다. 복수정답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2∼3건에 불과했다.

복수정답에 반대하는 의견이 압도적인 이유는 영어 25번에서 ④번을 택한 수험생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입시업체 메가스터디는 가채점에 참여한 수험생 5만여명 가운데 96%가 ④번을, 1%가 ⑤번을 골랐다고 밝혔다. 이투스청솔 가채점에서도 4%만 ⑤번을 택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④번이 더 명확한 정답이지만 ⑤번도 정답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⑤번이 2%에서 20%로의 수치 향상을 ‘18% 포인트 증가’가 아닌 ‘18% 증가’로 옳지 않게 설명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논란 문항인 생명과학Ⅱ 8번의 경우 평가원이 제시한 답 ④번을 택한 수험생보다 ②번을 택한 수험생이 훨씬 많다. 메가스터디 가채점 결과 ②번을 고른 경우가 76%, ④번을 택한 수험생이 11%였다. 이 문제에 관해선 정답을 ④번에서 ②번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단연 우세하다.

결국 정확한 답을 따지기보다 자기가 선택한 것을 맞게 해달라는 ‘여론싸움’ 식으로 문제 오류 논란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문제 오류에 따른 수험생 피해는 이미 시작됐다는 의견도 있다. 요즘은 가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수시 대학별 고사를 치를지, 정시에 지원할지 택해야 하는 시기다. 논란이 되는 문제를 틀려서 등급 조건에 미달할 것으로 보고 수시 논술을 포기한 학생이 있을 수 있다.

오류 논란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교육부와 평가원은 입장 발표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전체 문항의 최종 정답은 예정대로 24일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평가원 관계자는 “충분한 검토 없이 발표하면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킬 여지가 있다”며 “정해진 절차대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