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카드깡’으로 70억대 부당이익… 카드 납부 가능한 지방세 징수 시스템 악용

입력 2014-11-19 02:30
신용카드 납부가 가능한 지방세 징수 시스템을 악용해 ‘세금 카드깡’으로 70억원대 부당 이득을 챙긴 법무사와 대부업자 등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무등록 대부업자 이모(42)씨 등 3명을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법무사 박모(30·여)씨 등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박씨 등 법무사들은 지난해 1월부터 부동산 취·등록세 등 지방세 납부 업무를 대행하며 고객들에게 현금으로 세금을 받았다. 이어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모아 그들 명의로 된 신용카드로 고객의 세금을 대납했다. 지방세를 신용카드로 납부할 때 지자체가 본인 확인을 하지 않는 점을 노렸다.

고객에게 받은 현금 중 카드 결제금의 30∼40%를 ‘이자’로 챙기고 나머지만 신용카드 명의자들에게 돌려줬다. 자신들의 돈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고객의 현금을 사용해 ‘세금 카드깡’을 해준 셈이다.

이씨 등 대부업자들은 신용불량자 등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준 뒤 신용카드를 발급하도록 해 박씨 등에게 연계해줬다.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200억원대 ‘지방세 대납’과 ‘고리대금업’을 병행해 70억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자 수익은 법무사가 5%, 중간 브로커 5%, 대부업자 20%의 비율로 나눠가졌다.

경찰 조사결과 신용카드를 제공한 1500여명은 대부분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신용불량자였다. 이씨 등이 챙긴 건당 30∼40%의 이자율은 대부업 법정이율 연 39%를 훨씬 초과한다. 경찰은 “각 지자체에 지방세 카드 납부 때 본인 확인을 거치도록 개선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