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깡패 vs 양아치

입력 2014-11-19 02:10

깡패=‘폭력을 쓰면서 행패를 부리고 못된 짓을 일삼는 무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 양아치=‘거지를 속되게 이르는 말.’ 또는 ‘품행이 천박하고 못된 짓을 일삼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표준국어대사전의 낱말풀이다.

깡패와 양아치가 싸움을 벌인다면? 글쎄, 보통 사람이 생각해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심하고 자극적인 욕설이 오갈 것이다. 저급한 욕이 90% 이상이겠지만, 나름대로 자기들끼리의 기(氣)싸움이겠다. 점잖게 표현하면 상대방을 단번에 제압할 수 있는 일종의 위압감이나 카리스마쯤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이걸 잘해야 그 바닥에서 우두머리 또는 넘버 투, 넘버 쓰리 정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 초에 출간된 ‘어둠의 자식들’은 나중에 국회의원을 지낸 이철용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한쪽 다리에 장애가 있는 주인공 이동철이 뒷골목의 깡패와 양아치, 가난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깡다구’가 있었기 때문이다(실제 이철용도 다리에 장애가 있다). 맞다. 깡패와 양아치의 최대 무기는 깡다구다. 이들의 생존 전략은 기생(寄生)이다. 자기가 생산해내는 게 아니라 뜯어먹고 살기 때문이다. 소설은 밑바닥 인생들의 생생한 묘사로 당시 사회에 큰 충격과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저 ×× 깡패야, 어디서 책상을 쳐. 인마 예의가 없어. 저런 양아치 같은….” “참 예의 바르시네요, 욕설이나 하고. 어떻게 저런 양아치 같은 소리를 해.” 17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의 예산안조정소위에서 여야 의원님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주인공은 새정치민주연합 강창일 의원과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서울 홍릉의 옛 한국개발원(KDI) 부지를 ‘글로벌 창조지식경제단지’로 조성하기 위해 정부가 신청한 예산 55억원을 두고 다투는 과정에서 ‘깡패와 양아치의 말싸움’이 일어난 것이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의정활동을 하시는 의원님들이, 세금으로 나라 살림살이를 논하는 자리에서 무슨 깡다구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참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고, 도로 무를 수도 없고.

김명호 논설위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