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17)군은 지난해 8월 서울의 한 호프집에서 일하던 친구 부탁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대신 해주기로 했다. 오토바이로 배달을 다니는 시급 5000원짜리 일이었다. 약속한 기간은 나흘이고 친구는 그동안 일본 여행을 갔다. 업주와 따로 근로계약서를 쓰지는 않았다.
이군은 출근 첫날 오토바이로 치킨 배달을 다녀오다 승용차와 충돌해 숨졌다. 그는 오토바이 운전면허가 없었다. 사고 후 호프집 업주는 “이군을 채용한 적이 없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업주는 이군 친구로부터 ‘업주 허락 없이 이군을 일하게 했다’는 내용의 시말서도 받았다. 이에 이군 부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로 인정해 달라고 청구했지만 공단 측은 거부했다. 호프집에서 이군을 고용했다고 볼 수 없고, 무면허 운전 사고는 산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군 부모는 공단 측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차행전)는 “이군과 업주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업주가 무면허 운전을 사실상 방치한 점을 고려할 때 이군의 배달은 업주 관리 하에 있었던 업무 행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친구 대신 ‘배달 알바’하다 숨진 10대 산재 인정
입력 2014-11-19 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