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관리 및 공직인사 개혁을 주도함으로써 ‘안전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한 장·차관급 인사가 18일 단행됐다. 비록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7개월 이상 지나 뒤늦게 모습을 드러냈으나 인사 내용을 살펴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공직혁신 의지만은 분명하다. 기존 공무원 조직에 충격을 가함으로써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정책 의도가 엿보인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범정부 재난 컨트롤타워로 신설된 국민안전처의 장관 및 차관에 군 장성 출신을 기용했다는 점이다. 박인용 장관 내정자는 해군 제3함대사령관, 작전사령관, 합참차장을 지낸 해상 및 합동작전 전문가다. 이성호 차관 내정자도 합참 작전부장과 육군 3군단장을 역임했으며, 합참 군사지원본부장 시절 ‘아덴만 여명작전’의 실무 총책을 맡았던 인물이다. 정부 재난관리 지휘부가 대형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조직을 장악해 일사불란하게 인명구조에 나설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관피아 척결 임무를 맡게 된 인사혁신처장에 이근면 삼성광통신 경영고문이 기용된 것은 파격이다. 민간 대기업 인사 전문가에게 중앙인사 행정을 맡긴 것은 정부 인사에서의 정실주의와 할거주의를 타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역대 정부는 이구동성으로 인사의 공정성을 다짐했지만 ‘끼리끼리 문화’에 휘둘려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공직사회 개혁은 공무원이 아닌 민간 전문가 손에 맡기는 것이 옳다.
하지만 이번 인사는 충격과 파격에 따른 ‘실험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공직사회에 긴장과 활기를 동시에 불어넣기 위해서는 허를 찌르는 예상 밖 인사가 필요하지만 자칫 조직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안전처의 경우 장·차관이 둘 다 군 출신인 데다 차관급인 해양경비안전본부장과 중앙소방본부장이 각각 경찰관과 소방관이어서 정무직 4명이 모두 ‘제복’이다. 이런 인적 구조는 재난의 현장 대응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정책과 전략에 약점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또 해양경찰관과 소방관 조직의 갑작스런 동거에 따른 인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겠다. 장관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다.
인사혁신처의 경우 김대중·노무현정부 때 중앙인사위원회의 운영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당시 위원장에 학자 출신들을 기용해 공직인사 혁신을 시도했으나 현실인식 부족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청와대 간섭이 심해 위원회가 소신껏 개혁을 밀어붙일 수 없었다는 점도 반성할 점이다. 인사혁신처장은 지난 8월 신설된 청와대 인사수석과 같은 차관급이어서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다. 한편 방산비리 척결 임무를 부여받은 장명진 방위사업청장 내정자는 박 대통령의 서강대 전자공학과 동기여서 주목받게 됐다. 박 대통령은 이들의 관계와 언행에 대해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설] 국민안전처·인사혁신처, 공직사회 개혁 주도하라
입력 2014-11-19 0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