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블스키 ‘마블엔터’ 부사장 “화이트 폭스, 한국 설화 구미호서 착안”

입력 2014-11-19 02:53

“6주 전 포털사이트 다음을 통해 마블의 캐릭터가 나오는 웹툰 ‘어벤저스: 일렉트릭 레인’이 시작됐어요. 마블 캐릭터가 등장하는 최초의 웹툰입니다. 마블사는 이 웹툰을 다시 영어로 번역해 미국에서도 출시할 예정입니다.”

미국 마블엔터테인먼트의 C.B. 세블스키 콘텐츠 개발 담당 수석 부사장이 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콘텐츠컨퍼런스(DICON)’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마블이 보유한 캐릭터를 세계 각 지역에서 현지화해 새로운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한국 만화가와 함께 작품을 만들고 이전엔 없던 캐릭터 ‘화이트 폭스’를 투입시킨 것도 이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마블사는 전통 설화 구미호에서 착안한 화이트 폭스 캐릭터를 향후 미국에서 공개될 웹툰에도 사용할 예정이다. 현재 웹툰은 작가 고영훈(32)이 집필 중이다.

마블은 1939년 마블코믹스라는 만화책 출판사로 사업을 시작한 뒤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스파이더맨’ ‘엑스맨’ ‘아이언맨’ 등 5000개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다. 만화는 물론 게임과 영화, TV 산업에까지 진출했다. 우리에게는 지난 4월 서울에서 촬영하며 화제를 낳았던 영화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저스 2)’의 제작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콘텐츠의 유통방식 또한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주 지역에선 마블이 만화책으로 출발했다는 사실을 알지만, 나머지 지역에선 마블을 처음 접하게 되는 대상이 영화입니다. 이 때문에 세계화 과정에선 영화로 먼저 시작하고, 영화에 바탕을 둔 게임을 만들고, 마지막으로 만화책을 만들게 되죠.”

세블스키는 마블이 해외 진출 시 단순히 콘텐츠 대사의 언어를 바꾸는 것 이상의 창의력을 발휘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튜브나 페이스북, 그리고 카카오톡 등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을 활용하려 한다”며 “결국 가장 주안점 두는 것은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것, 우리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자리에는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제작 총괄을 맡은 미디어 라이트 캐피탈의 조 힙스 부사장도 함께 했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국내·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웰메이드 드라마로 불린다.

관심을 받는 배경에는 제작 단계에서 대중의 취향을 알기 위해 영화 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의 빅 데이터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깔려있다. 드라마는 온라인을 통해 공개되면서 방송 플랫폼의 새로운 방향성도 제시했다. 그는 “빅 데이터를 통해 대중이 어떤 작품을 끝까지 시청하고 어떤 작품은 중간에 그만두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며 “웹을 통해 공개하면서 장기간동안 시청자들에게 작품을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었다”며 설명했다.

두 사람은 19일까지 ‘우리의 창문 밖 세상: 디지털 만화의 진화’와 ‘하우스 오브 카드의 제작 경험은 어떤 영향을 주는가’라는 주제로 강연한다.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