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반정부 시위 확산… 헝가리 체제불만 대규모 시위

입력 2014-11-19 02:39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에서 현 집권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변혁을 요구하는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루마니아에서는 현 정권의 부패를 척결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의지가 반영돼 예상을 깨고 야당 출신 인사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는 17일(현지시간) 벨벳혁명 25주년을 맞아 시민 수천명이 친(親)러시아 성향의 밀로스 제만 대통령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벨벳혁명은 1989년 체코(당시 체코슬로바키아)에서 공산정권에 맞서 일어난 시민혁명으로, 부드러운 벨벳처럼 피를 흘리지 않고 정권 교체를 이뤄낸 일을 말한다.

시위대는 축구 경기에서 퇴장을 의미하는 레드카드와 ‘제만 타도’ ‘러시아의 속국이 되긴 싫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에 나섰다. 제만 대통령의 친러 정책, 낙하산 인사, 부패 스캔들 등에 염증을 느낀 시민들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이들은 벨벳혁명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한 제만 대통령을 향해 휘파람을 부는 등 야유를 보내며 연설을 방해하기도 했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도 이날 정부의 부패를 규탄하고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공공 분노의 날’로 이름 붙여진 이 행사는 헝가리 20개 도시와 런던 베를린 등 유럽의 다른 나라 수도에서도 열렸다. 부다페스트에서는 최근 한 달 새 네 번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지난주에는 부패 혐의로 미국에서 입국을 거부당한 일디코 비다 국세청장의 해임을 오르반 총리가 거부한 것에 반발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유럽 언론들은 “현 체제에 환멸을 느낀 국민들이 판갈이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