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이웃에 배추 1500포기… “사랑의 양념 담았어요”

입력 2014-11-19 02:42
최삼규 국민일보 사장(왼쪽 세 번째)을 비롯한 국민일보 임직원과 교인들이 18일 서울 옥수중앙교회에서 어려운 이웃에게 줄 김장 김치를 담그고 있다. 강민석 기자

스티로폼 상자 300여개가 트럭에서 내려지자 일손이 분주해졌다. 테이블 위에 상자 10개를 한 번에 올려놓고 12명의 남성이 나서서 상자에 비닐을 씌웠다. 고추양념 6통이 올라가고 그 옆을 연녹색 배추로 가득 채웠다. 10m쯤 길게 이어진 테이블에 30여명이 나란히 서서 배춧잎마다 정성스레 양념을 발랐다. 찬바람이 얼굴을 스쳤지만 표정은 따뜻했다.

국민일보와 서울 옥수중앙교회는 18일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저소득층, 외국인 근로자 등 어려운 이웃에게 김장 김치를 전달하는 ‘2014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를 가졌다. 최삼규 사장을 비롯한 국민일보 임직원 20여명과 교인 등 모두 50여명이 참여해 배추 1500포기로 김장을 담갔다.

유희자(71·여)씨는 상자에 김치를 담고서도 꾹꾹 눌렀다. “어차피 한 상자씩 전달될 것 아니냐. 하나라도 더 담아야지.” 이마에 땀이 맺혔지만 느끼지 못한 듯 분주히 배추에 양념을 발랐다.

상자에 테이프를 붙이는 작업은 남성들 몫이었다. 김치를 너무 담아 넘치는 바람에 상자가 잘 닫히지 않자 한 사람이 뚜껑을 누르고 다른 사람이 옆면을 테이프로 빙 둘러 감았다. 포장하기 어렵다고 김치를 덜어내는 법은 없었다. 홍종진(58)씨는 “꽉 잡아, 꽉” 하고 외치며 상자에 테이프를 감았다. 50개째 상자가 완성되고 있었지만 지친 기색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는 “다음 상자 여기 올려 놔”하며 테이프 든 손에 힘을 줬다.

금호4가동 주민센터 양동남(56) 동장과 직원 5명도 장갑을 끼고 테이블 앞에 섰다. 양 동장은 “담근 김치 일부를 우리가 직접 나를 예정”이라며 “의미 있는 일에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금호4가동 주민센터는 김치 300상자를 옥수동, 금호2·3가동, 금호4가동에 나눠줄 계획이다.

권순당(80) 할머니는 감기라도 걸릴까 걱정하는 주변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꽤 긴 시간을 서서 일하는데도 혈색은 젊은 사람 못지않게 밝았다. “내가 손맛이 좋아서 맛있을 거야”라며 김치를 번쩍 들었다. 누군가 입에서 “세상에 할일 많아∼삼천리강산을 구경 가세”라는 노랫가락이 흘러나오자 다들 고개를 젖히며 크게 웃었다.

호용환 옥수중앙교회 담임목사는 “해가 갈수록 참석자가 많아지고 있다”며 “사랑의 김장 나누기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이 늘고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호 목사는 “평일이라 바쁠 텐데도 오신 분들에게 감사하다. 생업을 하루 쉬면서까지 봉사에 참여하는 그 마음이 고맙다”고 했다.

어느새 주차장 한쪽에 김치가 담긴 상자가 차곡차곡 쌓였다. 가로세로 5개씩 쌓고 옆으로 10줄을 이어 250상자의 김장 김치가 가지런히 놓였다. 최 사장은 “이웃에 대한 사랑이 잘 전달되는 뜻 깊은 행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08년 이후 7번째인 이번 행사는 농협중앙회가 후원했다. 25일 서울 시흥동 청담종합사회복지관, 27일 진관동 예수사랑교회, 28일 염창동 엘림교회, 다음 달 2일 노고산동 마포구사회복지협의회 등에서 총 5100포기 규모로 진행된다.

임지훈 기자 zeitgei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