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그래픽-콘텐츠&피플 인터뷰] 영화계 ‘신의 손’이 말했다 “영화 한류, 디지털 기술이 무기”

입력 2014-11-19 02:42

“영화 어땠어?” “재밌었어.” “그런데 어떻게 촬영했지?” “그건 대부분이 CG(컴퓨터그래픽)였어.”

영화를 보고 나오는 관객들의 대화다. 최근 국내에서 개봉되는 영화들은 이렇게 실제 로케이션 촬영 현장을 영상후반 작업을 거쳐 CG 기술을 통해 생동감 있게 표현됨으로써 더 큰 감동을 주고 있다. ‘군도’ ‘명량’ 등이 흥행을 거두며 화제를 모았던 것도 이러한 CG 기술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할리우드 영화를 포함해 국내 개봉되는 대부분의 영화는 영상후반 작업인 CG가 없어서는 안 될 만큼 비중이 상당하다. 영화의 상당수가 CG로 제작되기도 한다. 이제 대중에게 있어 CG는 전문용어가 아니다. 요즘 초등학생들도 컴퓨터에 기본적으로 포토샵을 깔아 놓고 사진 합성을 배우고 새로운 창작활동을 할 정도다.

영화에서의 최첨단 기술인 VFX 시각효과(비주얼 임팩트)가 전문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최고를 자랑하는 영상후반작업 시설인 부산 ‘에이지웍스’의 이전형(사진) 4th creative party 대표( VFX supervisor·시각효과감독)를 최근 부산 본사에서 만났다.

올 초까지 4th creative party(㈜포스)는 서울 강남에 자리하고 있었다. 영화의 메카 부산 ‘영화의전당’ 옆에 자리 잡고 있는 에이지웍스는 부산이 자랑하는 아시아 최고의 영상후반작업 시설이다. 지난 9월 부산시 요청으로 모든 직원이 함께 에이지웍스로 이전해 세계를 무대로 한국의 영화기술을 선보이고 콘텐츠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의 거대자본이 우리나라 콘텐츠 기술력을 넘보는 가운데 이들은 강력한 특수부대인 셈이다. 100명가량인 직원 대부분이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인 전문 인력이다. 이런 아티스트들이 모두 수직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면서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창조적인 일을 해내고 있다. 대표를 포함해 직원들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분위기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훌륭한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끊임없이 토론하는 모습에서 창조적인 조직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이렇게 아티스트를 꿈꾸는 젊은 학생들에게 있어 포스에는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미국의 ‘구글’이나 ‘애플’처럼 남다른 채용 방식이 있다. 들어가기도 힘들지만 일단 채용되면 일정 기간 본인이 잘하는 분야를 최대한 많이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팀별로 세분화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해 최상의 팀워크를 이루게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컴퓨터그래픽을 전공한 학생이 채용이 없는 상황에서 이력서를 보내왔다고 한다. 포스의 이 대표와 함께 일할 수 있다면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더라도 일을 배우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 대표는 이미 이 분야에서 유명하다. 포스는 한국의 디즈니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히며 할리우드 영화에 도전장을 던졌다.

지금의 포스는 대학시절 동기들과 작은 작업실에서 시작됐다. 이 대표는 2명의 부사장과 함께한 대학시절을 기억했다. 기자 역시 IMF 때 처음 EON으로 출발한 지금의 이 대표를 만났을 당시 사무실이라고 할 수 없는 서울 신수동 초라한 작업실을 기억한다. 그때만 해도 디지털이란 단어가 생소하던 시절이었고 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것이 전부였기에 CG라는 단어는 더 익숙하지 않았다. 처음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 이 대표는 유독 콜라를 좋아했고 지금도 콜라병을 모아 컬렉션을 하는 게 유일한 낙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수년간 한 가지 취미만 고집했던 것처럼 시각효과감독 일에만 몰두해 왔다. 경영은 동기인 부사장에게 대부분 맡긴다. 자기만의 뚜렷한 가치관과 철학으로 종이에서 디지털로 CG를 영화 속 영상으로 구현했고 VFX 슈퍼바이저로 영화계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았다. 영화 ‘베를린’ ‘설국열차’ ‘스토커’ ‘박쥐’ ‘전우치’ ‘괴물’ ‘올드보이’ ‘무사’ ‘군도’ 등 지금까지 90여편에 참여한 그는 영화계 흥행수표로 불린다.



영화계나 IT 업계뿐만 아니라 뉴미디어 시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모바일 디지털 혁명이다. 스마트폰이 발달함에 따라 모바일 디지털이 각광받으며 소셜미디어, 소셜커머스, 소셜네트워크, 사물인터넷 등 그야말로 우리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업체마다 앞 다퉈 경쟁과 인수·합병(M&A)에 뛰어들면서 세계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세계 IT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중국은 이제 IT 강국 한국을 위협할 정도로 미래의 콘텐츠 산업까지 넘보고 있다. 기업 인수뿐 아니라 원천기술과 우리의 우수 인력을 거대자본으로 유혹하고 있다. 한류의 힘을 받은 중국 자본이 우리의 영화나 게임 등 한류 콘텐츠 시장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 바로 영화게임이다. 최근에는 우리만의 정서가 담긴 시나리오 콘텐츠를 수집하는 취미가 생겼다. 기존에 나와 있는 오프라인상의 작품을 새롭게 디지털 영상으로 재현해 우리의 작품을 보호하는 데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고 남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원천적인 강점은 바로 콘텐츠 기술이다. 이 대표는 감성과 정서가 묻어나는 스토리텔링이 영상, 음악, 기술(CGI) 등과 함께해 관객을 압도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새벽을 밝힌다.

국민 그래픽스 이석희 기자 shlee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