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오리온스의 외국인선수 트로이 길렌워터(26·199㎝). 그는 지난 7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당시 몸무게가 130㎏이 넘었던 길렌워터는 이를 악물고 뛰었다. 하지만 몸이 무겁다 보니 슬렁슬렁 뛰는 것처럼 보였다. 감독들은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만 빼고. 길렌워터가 러시아리그와 터키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추 감독은 1라운드 4순위로 찰스 가르시아를, 2라운드 3순위로 길렌워터를 뽑았다. 길렌워터를 2라운드에서 뽑은 건 아무도 길렌워터를 데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탁월한 결정이었다.
길렌워터는 17일 현재 15경기에 출장해 경기당 평균 24.87점을 쓸어 담아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애런 헤인즈(20.20점·서울 SK)보다 4.67점이나 앞서 있다.
이번 시즌 개막 전 오리온스 선수들조차 길렌워터가 이처럼 ‘뜨거운 선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길렌워터는 전지훈련에서 다이어트와 강도 높은 운동으로 군살을 뺀 뒤 펄펄 날아다녔다. 그러자 오리온스 선수들의 평가가 180도로 바뀌었다. 다들 “우리가 외국인선수는 진짜 잘 뽑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추 감독이 길렌워터를 뽑은 건 ‘모험’이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추 감독은 리온 윌리엄스(안양 KGC인삼공사), 앤서니 리처드슨(원주 동부)과의 재계약을 놓고 고심했다. 두 선수가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보증수표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성적을 원하는 추 감독은 과감하게 외국인선수를 모두 교체했다. 그는 2003년 프로 감독 데뷔 이후 아직 우승 경력이 없다. 오리온스가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이번 시즌은 추 감독이 우승을 노릴 절호의 기회다.
지난 트라이아웃에서 최종 선발 전 길에서 우연히 만난 추 감독에게 “꼭 좀 뽑아 달라”고 애절한 눈빛으로 부탁한 길렌워터가 시즌 끝까지 좋은 플레이를 펼쳐 은혜를 갚을지 관심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추일승 감독, 2라운드 3순위로 뽑았는데… 오리온스 길렌워터 알고보니 ‘복덩이’
입력 2014-11-19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