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박정수] 법인세 인상 논의 걱정된다

입력 2014-11-19 02:20

현재 정치권에서는 법인세 인상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복지 지출에 대응하는 세수 확보 방안으로서 표를 갖고 있는 국민들의 주머니에 직접 손을 대기보다는 표가 없는 기업들에 부담을 지우는 방법이 상대적으로 저항을 줄일 수 있는 묘안이라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즉 국민들의 체감 세 부담과 관련된 소득세나 소비세를 올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이 덜하다고 판단하는 한편 우리나라 명목법인세율이 일본이나 미국 등 주요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이므로 세율을 한시적으로 조금 높인다고 해도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거나 해외기업 투자 유치에 무슨 큰 영향이 있겠느냐고 생각하는 듯하다.

우선 우려되는 바는 법인세 현실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있다. 우리나라의 최고명목세율은 2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23.3%보다 약간 낮은 편이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수는 3.5%로 OECD 평균 2.8%보다 높고 전체 OECD 국가들 중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 한편 개인소득세수 비중은 3.6%로 OECD 평균 8.4%에 크게 못 미친다. 다시 말해 세수구조 측면에서 보면 이미 지나칠 정도로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다. 또한 주요 선진국보다는 법인세율이 낮으나 이것을 바꿔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기업 환경이 이들 국가와 견줄 수 없으므로 세율이라도 낮아야 경쟁이 된다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경쟁국이라고 볼 수 있는 싱가포르(17%)와 대만(17%)은 이미 우리보다 낮은 점을 유념해야 한다.

법인세율을 높인다면 첫째, 새로운 투자에 대한 세후 수익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기업의 투자의욕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현재 성장 둔화의 가장 두드러진 요인은 투자 부진인데 법인세율 인상은 구조적으로 투자의욕을 꺾고 투자유치를 더욱 어렵게 만들어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다. 둘째, 법인세율 인상에 대한 논의가 정치적 관점에서 전개되고 있는 현재의 과정을 생각해 보면 미래에도 얼마든지 필요하다면 추가 인상이 가능하다고 예상할 수 있다. 이처럼 기업 부담 증가를 쉽게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국내외 기업의 장기 자본투자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법인세율 인상이 단기적으로 유의한 부정적 변화를 초래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타격은 분명하다.

셋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의 조세정책 변화 추이와는 반대방향을 지향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OECD 국가들 중에서 2008년 이후 법인세율을 인하한 국가는 13개국인 반면 인상한 국가는 재정적자 문제를 겪고 있는 그리스, 멕시코 등 4개 국가에 불과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 경쟁국이라고 볼 수 있는 싱가포르, 대만 등은 우리보다 낮으며 일본과 미국은 인하를 추진 중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면 법인세율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해도 우리에게는 불리한 실정이다. 만약 우리 경제가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국제경제가 양호한 상황이라면 법인세 인상의 충격이 덜했겠지만 지금과 같이 국내외 여건이 암울한 상황에서 기업들에 더 큰 부담을 지운다면 결국 성장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고 성장이 둔화될 때 소득분배는 더욱 악화될 것이어서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세수 확보의 필요성은 주로 복지 수요 증가에 기인한다. 복지제도는 한번 도입하면 되돌리기 매우 어려운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가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때문에 법인세보다는 소득세나 소비세와의 연계를 통해 복지 지출에 대한 부담을 국민들이 실제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무상복지의 환상에서 벗어나게 되어 복지의 적정수준에 대한 건전한 사회적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기업들은 현재와 같이 기업에 불리한 여론이 조성되는 경우 사회적 합의에 의해 언제든지 기업 환경이 나빠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고, 사회적 이슈에 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사회적 책무에 대한 노력을 한층 높여야 할 것이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