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44년 차 가수 양희은(62·사진)의 목소리는 여전히 아침 이슬처럼 맑았고 소나무처럼 청청했다. 8년 만에 선보인 앨범에서 그녀는 노래를 통해 같은 세대와 인생을 이야기하고 젊은 세대에겐 삶의 의미를 일러줬다.
17일 서울 영등포구 IFC몰 공연장에서 열린 정규앨범 ‘2014 양희은’ 쇼케이스에서 양희은은 “요즘 친구들이 나를 노래 잘하는 웃기는 아줌마로 보는데, 결국 가수는 노래로 이야기해야 한다”며 “이번 앨범은 기지개를 켠다는 뜻도 있고 마무리를 잘 하자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양희은은 이번 앨범에 김시스터즈의 ‘김치 깍두기’를 제외한 나머지 11곡을 모두 신곡으로 채웠다. 그리고 날선 포크 톤 대신 여유로운 재즈 느낌을 앞세웠다. 1번 트랙에 실린 스윙 재즈 리듬의 포크 곡 ‘나영이네 냉장고’는 방송인 김나영의 책 ‘마음에 들어’에서 영감을 받아 가사를 써내려갔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만든 강승원은 양희은과 함께 ‘당신 생각’을 불렀다.
“인생의 시궁창에 있을 때 손을 내밀어주는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누군가가 연인이 될 수도 있고 인생의 선배가 될 수도 있죠.”
여동생인 탤런트 양희경과 부른 ‘넌 아직 예뻐’는 마치 한편의 뮤지컬 공연을 보는 것 같다. 이 노래는 두 할머니 이야기를 담은 창작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의 삽입곡 두 곡을 편곡해 만들었다.
앨범 속 화보도 어머니가 양희은과 희경 자매를 떠올리며 수놓은 자수로 꾸몄다.
음악평론가 임진모는 ”12곡 모두 다른 작곡가의 곡을 통해 자신과 주변에 대한 결코 하나일 수 없는 삶의 다채로운 단상을 그려내려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양희은은 이번 앨범에서 재즈 등 장르의 변화와 함께 다양한 시도를 했다.
“오랫동안 함께 작업했던 동료들이 재즈를 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들을 믿고 과감히 시도했죠.”
‘나영이네 냉장고’를 통해 처음으로 뮤직비디오도 찍었다. 개그우먼 송은이가 감독을 맡았다. 쇼케이스를 가진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도전에 연예계 동료들이 힘을 보탰다. 한동준, 이한철, 육중완(장미여관) 등 유명 뮤지션들이 곡 작업에 참여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말’을 작사, 작곡한 육중완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린 외모에 잘 속는데 육중완은 눈빛이 해맑은 사람이었어요. 노래를 부탁하고 얼마 안 있어서 자신이 부른 노래를 보냈는데 너무 아름다웠어요.”
양희은은 앨범 외에 싱글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윤종신, 이적 등과의 ‘뜻밖의 만남’이란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 싱글을 내놨다. 프로젝트는 3, 4탄까지 계속된다. 12월엔 콘서트도 연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아침이슬처럼 맑은 소나무처럼 청청한… 양희은, 8년만에 정규앨범
입력 2014-11-19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