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특사’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태운 특별기가 17일(현지시간) 회항한 것은 노후된 기체의 결함 때문으로 보인다. 최 비서가 우여곡절 끝에 하루에 두 번 평양발 모스크바행 특별기를 탔고, 외교적 결례를 빚게 됐다.
◇특별기 무슨 일 있었나=최 비서 일행이 탄 특별기는 북한 지도부가 특사단의 긴급성과 규모, 위상 등을 고려해 특별히 마련했다. 일반 고려항공 여객기가 아닌 북한 당국이 ‘엄선’한 특별기였던 셈이다.
그러나 이 특별기는 오후 1시쯤 평양 순안공항을 출발했다가 예정시간을 넘어서도 모스크바에 도착하지 않았다. 이를 주시하던 우리 당국은 그때부터 회항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결국 특별기는 평양으로 되돌아갔다가 오후 8시쯤 다시 모스크바로 출발했다고 한다.
특별기는 평양 순안공항에서 수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서너 시간 이상 특별기가 공항 수리창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수리 시간으로 볼 때 엔진고장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특별기는 러시아산 일류신 기종으로 도입한 지 20년 가까이 돼 노후된 것으로 전해졌다. 순안공항에는 고장 난 부품의 재고가 많지 않아 정비시간이 많이 걸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기체 고장이 아니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일정 변화 때문에 특별기가 회항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호주 브리즈번에 갔다 17일 오전 돌아온 푸틴 대통령이 다른 국내 일정을 소화했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북한 특사단의 일정이 순연됐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특별기 항로에 대한 중국의 항의가 있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모스크바행 특별기가 중국 대륙을 거쳐 가야 하는데 이를 중국이 허락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정부 당국 관계자는 “북·러 밀착을 중국이 경계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특별기에 대한 테러 가능성을 북한 당국이 감지했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러시아 왜 가나=최 비서와 동행한 인사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이광근 대외경제성 부상, 노광철 군총참모부 부총참모장, 이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등이다. 최 비서는 푸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정치·경제·군사·외교 등 다양한 분야의 폭넓은 의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거론되는 것이 북·러 정상회담 조율 문제다.
특사단의 역할 분담을 보면 북한의 6자회담과 대미외교를 사실상 총괄하는 김 제1부상은 북핵 문제 조율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 부총참모장은 북·러 간 안보현안, 군사협력을 논의하게 된다. 이 부상은 북·러 간 경제협력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이미 북한 내륙철도 현대화 사업에 시동을 걸었고,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사업에 북한의 참여 등을 논의하고 있다.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의결 등 외교 문제에 대한 양측의 공동대응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최 비서는 모스크바 방문 이후 러시아 극동지역의 하바롭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 등도 방문할 예정이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평양 급했나…고장난 특별기 띄워 ‘특사’ 빛바래
입력 2014-11-18 0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