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0년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에 동참한 이후 처음으로 이란과 무역거래를 위해 공문서를 위조한 국내 기업이 적발됐다. 그러나 한국은행 등 관계 당국은 서류심사 과정에서 이를 걸러내지 못했고 시중은행이 무역대금 지급 직전 위조 사실을 발견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계 당국은 뒤늦게 이 기업을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17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략물자관리원은 지난주 관계부처 관계자들과 함께 이란교역 규정준수심의회의를 열고 ‘비(非)금지확인서’를 위조한 A기업에 대해 향후 1년간 비금지확인서 발급을 제한키로 의결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이란의 핵무기나 탄도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해 전쟁에 이용될 수 있는 전략 물품을 중심으로 이란과의 교역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2010년 9월 대이란 제재에 동참하면서 국내 기업도 이란과 무역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정부로부터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 해당 기업은 우선 전략물자관리원에 거래 품목이 제재대상 물품이 아니라는 비금지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후 비금지확인서 등 증빙서류를 한은에 제출해야 한다. 한은이 이를 검토하고 승인해야 비로소 시중은행을 통해 대이란 교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적발된 A기업은 이런 정부의 사전허가 제도를 빠져나갔다. 시중은행이 위조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이란 제재 국제공조에 허점이 노출될 뻔했다.
A기업은 중소기업 수준의 무역중계 업체로 수년간 이란과 물품 교역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6월 이 기업이 비금지확인서를 위조했고 한은 허가를 무사통과한 뒤 지난달 은행 서류 검토 과정에서야 적발됐다”면서 “다만 서류를 위조해 이란에 수출하려던 물품이 전략물품 등 교역 금지품목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전허가제도 개선작업에 착수했다. A기업은 전략물자관리원에서 관련 파일을 내려받아 손쉽게 비금지확인서를 위조했고, 한은이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위조가 적발됐지만 마땅한 처벌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검찰에 수사의뢰를 해야 처벌이 가능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정부 관계자는 “전략물자관리원은 확인서 발급기관으로 위조여부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발견 즉시 관계기관 회의를 열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 시스템 구축을 마쳤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이용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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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對이란 수출 공문서 위조 첫 적발
입력 2014-11-18 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