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했던 ‘검찰총장 혼외자 정보유출 사건’의 1심 재판이 서울 서초구청 국장만 법정 구속되면서 종결됐다. 채동욱(55)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정보를 불법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된 청와대 행정관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관련 정보를 주고받은 국정원 조정관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부실 논란’을 빚은 검찰 수사에 이어 재판에서도 뒷조사를 지시한 ‘윗선’의 실체는 끝내 드러나지 않았다. 불법 개인정보 조회는 국정원 차원의 첩보 활동이었던 것으로 마무리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심규홍)는 17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오영(55)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조이제(54) 전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은 징역 8개월의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국정원 직원 송모(42)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조 전 행정관이 검찰에서 혐의를 인정했다가 법정에서 번복하는 등 의심스러운 부분은 있다”면서도 “조 전 국장이 송씨와 정보를 주고받은 것을 숨기려고 조 전 행정관을 ‘배후’로 허위 지목한 것 같다”고 판단했다. 조 전 국장이 조 전 행정관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시각이 채군 가족관계등록부 조회 시각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총무비서관실에서 첩보 확인을 하려 했어도 시설 관리를 맡은 조 전 행정관에게 지시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이유도 들었다.
이 판결에 따르면 정보 유출 사건은 송씨가 주도했다. 그는 지난해 6월 11일 조 전 국장에게 조회를 요구하고 정보를 전달받았다. 조 전 국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최측근이다. 재판부는 “검찰과 국정원 간 갈등이 고조되던 시기에 조 전 국장과 안면이 있던 송씨가 정보 조회를 자연스럽게 부탁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송씨의 활동이 국정원법상 정당한 직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이 수집할 수 있는 국내 정보는 대공, 대정부 전복 등에 한정돼야 한다는 해석이다.
1심은 마무리됐지만 송씨가 어떤 계기로 혼외자 확인에 나섰는지, 관련 정보가 어떻게 사용됐는지는 의문으로 남게 됐다. 송씨는 재판에서 “식당 화장실에서 혼외자 얘기를 처음 들었고 사실 확인에 실패해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송씨에 대해 “검찰총장 사임 과정에서 발생한 정쟁과 음모론이 사회적 갈등을 조장했다”며 “송씨에게 모든 책임을 돌릴 수는 없으나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조 전 국장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을 허위 지목해 수사에 혼란을 초래하는 등 죄질이 나빠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조 전 국장은 법정 구속 직전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재차 혐의를 부인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청와대 행정관 무죄·서초구 국장은 유죄
입력 2014-11-18 0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