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영화 ‘비긴 어게인’(감독 존 카니)에서 실직한 음반프로듀서 ‘댄’은 유망주 싱어송라이터 ‘그레타’와 극적으로 만나 환상적인 거리 밴드를 만든다. 반짝반짝 빛나는 이들의 음악은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가난하고 상처받고 절망 가운데 있는 수많은 거리 밴드 뮤지션들이 돈의 유혹을 뿌리치고 순수한 마음으로 다시 노래를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영화 속 밴드처럼 미자립교회에 찬양단을 만들어 주는 ‘작은 밴드’(작밴) 프로그램이 화제다. 인천 서구 노아교회는 초등학생들로 구성된 작밴을 만든 후 교회 분위기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교회에서 음악이 들리자 청소년 등 교회를 찾는 이들이 차츰 늘었다. 성도가 20명이 채 안 됐던 이 교회는 밴드를 만든 후 출석교인 200명이 넘는 교회로 성장했다.
‘dsmusic 엔터테인먼트’ 류인영(35) 대표가 쏟은 열정의 결과다. 주중엔 인테리어 현장에서 일을 하는 류 대표가 작은 교회를 살리기 위한 ‘작밴’ 만들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특별했다. 그는 개척교회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그의 아버지 때문이다. 그의 부친은 무속이 판치는 충남 공주시 계룡산 부근에서 힘겨운 목회를 하고 있다. 아버지 목회를 돕던 그가 시골교회를 떠나자 구심점이 없어지면서 청년부가 와해됐다. 당장 아버지를 돕고 싶었지만 그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버지 교회를 돕는 마음으로 작은 교회부터 섬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그의 노아교회 사역은 이렇게 시작됐다. 류 대표는 10년 전 교회의 초등학교 4학년 학생 4명을 붙잡고 매일 학교공부 2시간, 악기공부 2시간씩 가르쳤다. 아이들의 성적이 점점 오르자 부모들의 반대도 없어졌다.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멤버 모두 학생 임원이 됐다. 이들이 중학교에 진학하자 자연스럽게 교회 내 중·고등부가 생겼다. 이들이 교회 반주를 맡으면서 사역에 대한 비전도 갖게 됐다. 이들은 고등학생 때 CCM 가수 ‘프라이드 밴드’로 데뷔해 지금은 찬양사역자로서 하나님을 전하고 있다. 찬양사역을 위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멤버들은 현재 류 대표와 함께 작은 교회 찬양단 만들기 프로젝트 강사로도 열심이다.
류 대표는 노아교회의 성공 사례를 다른 교회들에 전파하고 있다.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열리는 작은 밴드 캠프는 1박 2일 16시간 수업으로 찬양팀을 만드는 과정이다. 어떻게 1박 2일 만에 찬양팀을 결성할 수 있을까. 류 대표는 “2일 투자하고 3개월 공부하면 어느 교회든지 찬양팀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음악은 1, 4, 5도로 되어 있어요. C D G 코드 세 개만 알면 연주가 가능해요. 3개 코드를 익힌 후 실전 곡 40곡을 연습하면 기본적인 코드는 마무리됩니다. 마이너 코드까지 포함하면 기본적인 코드가 14개 정도인데 의외로 10년 동안 이걸 못 외우는 사람들이 많아요. 단기간에 14개 코드만 익히면 반주와 합주 모두 가능해져요.”
류 대표는 지금껏 18회 캠프를 진행했다. 120개 교회가 참석했고 이 중 40개 교회가 찬양팀을 결성했다. 경기도 파주 예수사랑마을교회는 2년 전 설립됐다. 작밴 캠프에 참석해 찬양팀이 생겼다. 캠프 때마다 목회자가 새 신자를 데리고 참석한 결과 지금은 어린이밴드, 학생밴드, 엄마밴드, 아빠밴드까지 생겼다. 가족 단위 교회였는데, 지금은 50∼60명의 성도가 예배드린다.
인천 서구 검단 푸른소망교회는 자녀들의 밴드 활동으로 부모가 교회에 나오게 된 좋은 사례다. 자녀들이 수요예배 반주에 나서자 자연스럽게 수요예배도 부흥됐고 교회가 마을에서 유명세를 탔다. 이외에도 수많은 교회들이 작밴 프로그램을 통해 예배가 회복되고 부흥하는 것을 경험했다.
작밴 경연대회는 1년에 두 차례 열린다.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열림감리교회(이인선 목사)에서 열린 제4회 대회에는 12팀이 참여했다. 수상팀으로 1등은 인천 예인교회 ‘예꼬밴드’, 2등 충남 부여 남산교회 ‘행복한귀농’, 3등 파주 예수사랑마을교회 ‘예사마J’, 4등은 검단 푸른소망교회 ‘블루걸스’가 차지했다.
류 대표의 비전은 소박하다. “교회가 아무리 작아도 파이팅이 넘치면 젊은이들이 모이는 것 같습니다. 전국의 수많은 작은 교회들이 음악으로 활력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
작은 교회에 ‘찬양 밴드’ 만드니 부흥 기적이…
입력 2014-11-19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