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이광렬 그린웨딩포럼 대표 “천편일률적 예식보다 나만의 에코웨딩 주선”

입력 2014-11-19 02:03
그린웨딩은 환경을 생각하며 스스로 예식을 만들어가는 결혼이다. 그래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결혼식이 탄생한다. 이광렬 그린웨딩포럼 대표는 “예식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말한다. 구성찬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결혼한 커플은 32만2800쌍에 이른다. 인륜지대사 결혼식엔 상상 이상의 돈이 든다. 뿐만 아니라 상당량의 에너지가 소비되고 그때마다 다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결혼식 한 번 할 때마다 4395㎏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그린웨딩'은 줄일수록 좋은 결혼식 비용과 온실가스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결혼식이다. 장소를 기꺼이 내준 공공기관들이 있기에 '꿈의 결혼식'이 가능했다.

지난 12일 '작은 결혼' '환경 결혼'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그린웨딩포럼 이광렬(51) 대표를 서울시 왕십리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대표는 "나무를 심는 것이 온실가스를 상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서 "중부소나무 2년생 40그루를 심으면 결혼식 때 발생하는 4t의 온실가스를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린웨딩포럼이라고 해서 일반 결혼정보 업체인줄 알았다. 어떤 단체인지 설명해 달라.

“그린웨딩이란 이름으로는 2000년부터 활동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IMF 외환위기 때 경실련에서 한 건전혼례사업이 시초다. 보다 전문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2000년 경실련에서 독립했다. 활동은 비용, 콘텐츠, 공간의 세 가지 측면에서 이뤄지고 있다. 과다한 결혼 비용을 줄이고, 반복적이고 천편일률적인 결혼식에서 탈피하고, 일반 예식장에서는 진행하기 어려운 나만의 결혼식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데 활동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곳을 통해 결혼하는 부부가 많나.

“3년 전만 해도 1년에 채 100여쌍이 안 됐다. 3년 전부터 공공기관들이 예식장소를 개방하면서 에코웨딩과 작은 결혼식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서울 시민청이 개방되면서 그린웨딩, 에코웨딩에 대한 저변이 넓어졌다. 지금은 한 해 300쌍이 넘는다.”



-누구나 이곳에서 결혼할 수 있나.

“특별한 제한이 없으나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있다. 아무래도 하객이 많아지면 비용이 많이 들고, 검소한 결혼식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그래서 신랑신부 합쳐 하객을 150명 정도로 제한하고 있는데 지키지 않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린웨딩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출발은 비용문제였다. 비용을 줄이더라도 예식 소비자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플러스 요소가 있어야 한다. 일반 예식장이나 호텔에서 결혼하면 그쪽에 주도권을 넘겨줘야 하고 소비자는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한다. 그래서 공간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공공기관 개방을 요구했다. 공공기관에서 결혼식을 하면 결혼식 비용을 낮출 수 있고, 하객들도 찾기 쉬운 장점이 있다.”



-개방된 공공기관이 많은가.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도 3년 전부터 제법 개방되기 시작했다. 대관은 무료로 되는 곳이 많고, 부득이 조례나 규정에 의해 비용을 내야 하는 곳도 있으나 예식장이나 호텔에 비하면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외면하는 곳이 적지 않다. 시설이 낙후되고 서비스가 전무하다시피하기 때문이다. 해당 기관들이 예식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 보니 공간만 빌려주고 나머지는 알아서 준비하라는 곳이 많다.”



-에코웨딩 개념이 아직은 생소한데.

“우리나라에서 친환경 결혼식 의미로 에코웨딩이 등장한 건 5년 전쯤이다. 결혼식을 숲 가꾸기와 연계해 진행했다. 온실가스 발생 이후의 숲 가꾸기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예식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나무 기부나 숲 가꾸기로 상쇄해 나가자는 것이다. 결혼식 때 생화를 많이 쓰는데 호텔 결혼식의 경우 수백만∼수천만원 하는 생화를 한 번 쓰고 폐기한다. 우리는 화분 꽃길을 권장한다. 예식 후 화분을 답례품으로 증정할 수도 있다. 청첩장도 재생지를 많이 쓴다. 청첩장을 만들기 위해 매년 어마어마한 양의 나무가 베인다. 재생지를 씀으로써 청첩장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도 예방할 수 있다.”



-우리나라 결혼문화의 문제점은.

“예식의 형태와 장소가 다양하지 않다. 한정돼 있는 것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그것을 통하지 않으면 예식이 진행되지 않는 형태가 고착화됐다. 결혼컨설팅 업체, 예식장, 호텔이 갑이다. 소비자의 선택 폭은 너무 제한적이다. 결국 공간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비용이든 형태든 공간문제로 귀결된다. 우리나라에 공공기관이 수천개에 이르는데 개방한 곳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정도여서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다.”



-허례허식으로 대표되는 우리 결혼문화가 바뀌려면.

“의식적 접근은 큰 의미가 없다. 계도·계몽이 지난 시절의 과정이었다면 앞으론 예식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지금까지는 돈을 더 들이면 화려해지고 그렇지 않으면 변방으로 밀리는 그런 내용밖에 없었다. 하지만 점차적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다. 나만의 결혼식, 작은 결혼식, 셀프웨딩, 에코웨딩 등의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 이런 개념들은 학자가 논문으로 발표한 것도 아니고 한 쌍 한 쌍의 경험이 모여 하나씩 축적되는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고 본다. 과거 20∼30년 전보다 최근 3년 사이에 대단히 큰 결혼문화의 변화를 겪고 있다. 그 중심에 젊은이들이 있다.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서 새로운 결혼 형태가 하나씩 등장하고 있고, 앞으로 또 다른 형태의 결혼식이 등장할 것이다. 이런 추세를 사회적으로 의미 있게 이어가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의 꿈이 실현되도록 공간 인프라를 만들어주는 것이 급선무다. 그것이 수십 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과비용 결혼식을 해소하는 지름길이다. 공간 문제만 해결되면 비용이 일반예식의 3분의 1도 들지 않는다. 공공기관들이 앞장서 주말에 놀고 있는 공간을 개방해야 한다. 몇 달 전 전통혼례 공간을 개방한 어린이대공원이 좋은 케이스다. 그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는 문의가 많이 온다. 일반 기업체도 공간 개방에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곳을 통해 결혼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

“여유로움을 가장 많이 꼽는다. 하루 한 쌍이 태반이고 많아도 두 쌍 이상 결혼하는 곳이 거의 없다. 본인들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결혼식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에 대단히 만족한다. 회전율을 대단히 중시하는 일반 예식장에서는 불가능하다. 공공기관 결혼식이 과거와 다르게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만 하는 게 아니라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호텔이나 일반 예식장에서 돈 많이 주고 하는 것보다 여기서 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비용은 일반 예식과 얼마나 차이가 나나.

“비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가 ‘스드메’다.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의 줄임말인데 정해진 것은 아니나 일반 예식장의 경우 대략 230만∼380만원 정도다. 우리는 90만원이다. 질의 차이는 없다. 일반 예식장엔 거품이 끼어 있어 그렇다. 우리는 꼭 필요한 것 이외에는 안내하지 않는다. 결혼앨범도 만들지 말라고 권한다. USB 파일로 갖고 있다가 필요할 때 인화하라고 한다. 이러면 비용을 확 줄일 수 있다. 두 번째가 피로연 비용이다. 공공기관은 주방시설이 없어 출장요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아직 우리나라에선 피로연 없는 결혼식은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에 값비싼 뷔페가 아니더라도 훌륭한 피로연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데 혼주들이 ‘잔칫날 그러면 되느냐’며 선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머지 비용 부분은 한걸음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데 피로연 비용은 아직….”



-보람이 클 것 같다.

“예식이 감동적이었다는 연락을 많이 받는다. 우리가 준비하는 결혼식은 많은 사람들이 걸어갔던 길이 아니었기 때문에 예비 신랑신부들이 준비하면서 걱정을 많이 한다. 그러나 예식을 준비하면서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샘솟는다. 뿌리가 살아있는 부케도 이런 과정을 통해 나왔다. 스스로 만들어가는 결혼식에 본인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혼주들도 ‘이런 결혼식도 가능하구나’ 하고 만족감을 표시할 때 의욕이 넘친다.”

이광렬은

△한국외국어대 △안양·군포지역 경실련 국장 △경실련 본부 시민사업국장 △그린웨딩포럼 대표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