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으로 항암치료 중인 남편 서경목(58)씨를 간호하는 부인 조민숙(55)씨는 병원을 찾을 때마다 담당 의사에게 남편의 흡연을 말릴 수 없다며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남편의 대장암이 평생 피운 담배 때문이므로 빨리 완치하려면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 그녀 생각이다. 하지만 남편의 생각은 달랐다. 담배 피울 때가 하루 중 유일하게 행복하다고 말하는 남편 서씨는 “담배의 유해성과 암을 크게 연관 지어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길고 험난한 암 투병이기에 금연할 수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암을 선고받은 사람 대부분은 기존에 해 왔던 나쁜 생활습관을 버리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지려 한다. 자의건 타의건 저염식이나 채식 위주의 식생활 습관, 규칙적인 운동, 숙면 등을 적극적으로 실천한다. 그렇다면 수십 년간 피워온 담배에 대해서는 어떤 태도를 보일까. 담배에는 60여 가지의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 평소 건강하다고 자신했던 사람들도 ‘발암’ 소리를 들으면 금연을 한번쯤 떠올리기 마련인데,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 같은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왔다. 박현아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암환자 650명을 조사한 결과 흡연자 중 53%가 암 진단을 받은 후에도 계속 흡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에서 소개된 암환자 서씨처럼 담배를 끊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답한 사람이 전체의 34.3%였으며 6개월 이후에 끊겠다고 답한 사람이 40.2%로 조사돼 사실상 암 치료를 시작한 환자 중에서 당분간 금연의사가 없는 사람이 74.5%에 달했다.
암환자의 금연율이 저조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번 연구를 진행한 박현아 교수는 암 판정을 받은 직후 혼란스런 치료과정을 꼽았다. 즉 금연의 동기부여가 가장 잘 되는 기간을 ‘암 판정 직후’로 꼽을 수 있는데 이 기간에는 환자가 암 판정을 받은 사실에 대해서도 쉽게 인정 못하는데다 막상 치료에 들어가면 그 과정에 집중하느라 금연하기 좋은 타이밍을 놓친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한 번 피우면 끊기 어려운 중독성 때문에 암환자라 할지라도 금연하기가 어렵다”며 “건강에 해로우니 금연하라고 말로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니코틴 중독에 대한 치료가 이뤄져야 금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암환자의 금연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금연치료의 급여화가 꼽혔다. 실제 암 판정을 받았어도 금연치료에 대한 비용은 모두 환자 부담으로 돌아간다. 당장 모든 사람의 금연치료를 보험화할 수 없으나 암 치료와 연계된 금연치료에 한해 보험적용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금연치료의 보험화 주장이 제기된 것은 실제 담배의 성분이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의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 때문이다. 담배의 60여 가지 발암물질은 기관지섬모의 이물질을 배출하는 기능을 떨어뜨려 암 수술 후 폐 합병증(폐렴 등)의 유병률을 높인다. 또 담배의 해로운 성분은 조직의 산소량을 떨어뜨려 방사선치료의 효과를 감소시키고 니코틴의 혈관수축 효과로 혈액순환이 저해돼 수술로 인한 상처 치유가 지연된다. 박 교수는 “흡연은 몸 안에 주입된 항암제의 대사를 촉진하여 암세포 살상 효과를 저하시키며 가뜩이나 암 치료 중 감소하게 되는 입맛과 체중을 더 감소시킨다”라고 설명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암과의 동행] 담배 끊으면 수명 느는데… 암 진단 후에도 흡연자 75%는 금연의사 없어
입력 2014-11-18 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