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 암극복에도 ‘남녀유별’ 적용한다… 분당서울대병원 김나영 교수

입력 2014-11-18 02:13
김나영 교수는 암발생과 기전에서 대장암, 위암을 비롯한 여러 암에서 남녀 차이가 있으므로 효과적인 연구결과를 얻으려면 성차의학 차원에서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남자와 여자는 생물학적, 유전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대장암, 위암 등 암에서도 성 차이에 근거한 의학적 연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현재 남녀 성별에 따라 대장암 등 암을 다르게 치료하고 있지는 않다. 최근 서울의대 함춘여자의사회가 ‘여성과 남성, 의학적으로도 달라요!’를 주제로 제3회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성차의학(Gender-Specific Medicine, GSM)을 주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의사들의 주제 발표가 있었다.

그중 대장암에서의 성차의학을 연구하고 있는 분당서울대병원 김나영 소화기내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암발생과 기전에서 대장암, 위암을 비롯한 여러 암에서 남녀 차이가 있으므로 효과적인 연구결과를 얻으려면 성차의학 차원에서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성차의학 개념이 생소하다. 성차의학이란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의학적으로 연구하는 것이다. 성차의학의 개념은 미국에서는 일찍이 1980년대부터 시작해 미국 NIH안에 ‘The Office of Research on Women’s Health (ORWH)’가 개설됐고, 일본에서는 1999년 동경대학의 아마노 교수가 성차의학의 개념을 순환기 분야에서 소개함으로 시작됐다. 지금은 질병의 발생률이 남녀 간에 한쪽으로 치우치는 병태, 발병률은 같아도 남녀 간 임상적으로 차이를 보이는 질환에 대해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그는 특히 한국에서 사망률과 발생률이 높은 ‘대장암’에서도 남녀별 차이가 있다고 했다. 표면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대장암 발생률이 높아 보인다. 김 교수는 “자세히 분석해 보면 여성은 남성에 비해 대장암이 적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고령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장암이 발생하는 부위도 남녀가 다른 양상을 보인다. 김 교수는 “여성은 남성에 비해 암이 우측 대장에 생기는 경향이 있다”며 “암으로 진행할 수 있는 대장 용종도 여성에서는 대장내시경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납작한 용종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성의 대장암 발생에서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과 비만이 특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김 교수는 “여성의 비만은 남성에 비해 대장암의 위험도를 더 높이고, 여성호르몬은 반대로 대장암 발생에 대한 보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폐경기 여성에서 대장암 발생 위험은 폐경 전 여성에 비해 증가한 반면, 폐경기 여성에서 호르몬대체요법을 받은 경우 대장암 발생 위험이 감소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현재 성별에 따라 대장암을 다르게 치료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장암 발생에 여성호르몬이 관여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치료법이 연구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성차의학 연구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김 교수는 “최근 여의사를 중심으로 뇌질환, 심장질환, 소화계질환, 암 등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성차의학에 대해 연구를 시작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며 “성호르몬과 유전적 특성에 의해 질환 발생의 시기, 진행의 속도 등 남녀차이가 많아 이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한데도 우리나라에서 성차의학에 대한 인식의 부족으로 예산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향후 성차의학 연구에 대한 예산이 많이 편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