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한세준의 빛으로 치료하는 암] 교수님, 저 둘째 낳았어요!

입력 2014-11-18 02:11

“교수님 저 둘째 아이 낳았어요!”

나에게 치료를 받았던 한 환자로부터 지난 4월에 온 편지의 첫 글이다. 요즘 둘째 아이를 갖는다는 것이 화젯거리는 아니다. 그러나 산모가 암 환자라면 더구나 자궁경부암 환자라면, 치료를 위해서 자궁을 들어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환자라면, 이것은 분명 다른 이야기가 된다.

이러한 편지를 받을 때면 절망에 빠져 외래로 찾아왔던 환자와 그 보호자의 모습이 기쁨에 가득 찬 얼굴로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으로 바뀌어 보여진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최근 들어 자궁암, 자궁경부암 등의 발병 연령이 20∼30대로 낮아지는 추세이다. 이는 임신을 원하는 가임기 여성들에게 참으로 치명적인 사실이다. 이러한 경우 예전에는 자궁을 적출하는 방법으로 치료를 했기 때문에 여성으로서는 출산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궁경부암에 걸렸지만 자궁을 적출하지 않고도 광역학 치료를 통해 자궁 내 암세포만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시술법이 개발되어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게다가, 이 광역학 치료는 부인과 영역뿐만 아니라 다양한 암 질환에서도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광역학 치료는 수술이 아니다. 따라서 치료 중에 출혈이 거의 없는 게 큰 장점이며 통증이 없으므로 마취를 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임신과 출산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기존 치료인 수술이나 방사선, 항암 화학요법에 비해 정상 조직의 손상이 매우 적으며 시술에 대한 제한성이 없어 여러 번 반복해서 시술을 할 수 있다.

필자가 지금까지 이 광역학 치료로만 자궁암 등을 시술한 건수는 200건이 넘는다. 고령 환자를 포함해서 출산을 원하는 젊은 여성 환자를 다 포함한 숫자이다. 그리고 참으로 감사하게도 시술 중에는 단 한 건의 실패 사례도 없었다. 젊은 환자 중에서 임신에 성공해 출산을 한 환자가 15명이나 되고 어느 환자는 3명의 아기를 출산했고 또 다른 환자는 현재 임신 중이다. 환자에 대한 치료는 물론이고 한 생명을 이 아름다운 세상에 탄생시켰다는 사실은 산부인과 의사로서 더 없는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지금도 많은 곳에서 심지어는 영국, 프랑스 등 해외에서도 임신을 원하는 자궁암 또는 자궁경부암 환자들로부터 안타까운 사연들로 가득 찬 편지와 이메일이 도착한다. 그런 글들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젊은 나이에 절망적인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하는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광역학 치료의 시술이 하루 빨리 대중화됐으면 한다.

한세준 조선대학교병원 산부인과학 교수(부인종양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