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 자궁 경부암 백신 접종땐 90% 이상 예방 효과… 이대 여성암병원 주웅 교수에게 듣는다

입력 2014-11-18 02:08
지난 12일 진행된 ‘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자궁경부암 예방’ 편에서 주웅 이대여성암병원 부인종양센터 교수가 강연자로 나서 자궁경부암 예방 및 치료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이대 여성암병원 주웅 교수
만약 암을 예방하는 백신이 있다면 맞아야 할까. 대부분은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궁금증은 남는다. 암을 예방한다는 그 백신이 '암을 100% 예방 가능한지',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 다양한 의구심을 낳을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에게 발병하는 암 중 두 번째로 흔한 암이며 세계적으로는 2분마다 1명씩, 국내에서 하루에 3명씩 사망하는 대표적인 여성암이 있다. 바로 '자궁경부암'이다. 이 질환은 암으로 진행될 때까지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정기 검사와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이 필수적이다. 다행히 자궁경부암은 그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알려져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지난 12일 진행된 '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자궁경부암 예방' 편에서 이대여성암병원 부인종양센터 주웅 교수가 강연자로 나서 20∼30대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예방 및 치료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발표했다.

주 교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1989년에 방영했던 드라마 ‘겨울 나그네’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자궁경부암을 앓는다. 당시만 해도 자궁경부암의 주요한 원인을 몰랐다고 한다. 이에 따라 자궁경부암에 걸릴 확률을 파악하는 설문조사의 주요 항목은 ‘문란한 성생활 여부’, ‘결혼 유무’, ‘남편이 있는지 여부’, ‘결혼생활이 행복한가 불행한가’ 등의 수준에 그쳤다고 한다. 주 교수는 “1980년대만 해도 미개한 수준의 설문조사가 이뤄졌다”고 말하자 강연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그는 “이러한 설문조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시에 자궁경부암 원인 바이러스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20년을 훌쩍 뛰어넘어 자궁경부암의 주요한 원인이 밝혀졌고, 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도 우리 곁에 다가왔다.

전 세계 여성 암 사망률 2위인 자궁경부암. 자궁은 체부와 경부로 구성된다. 자궁 입구의 도우넛 모양의 작은 부분을 자궁의 목, 즉 경부(頸部)라고 하고 이곳에 생기는 암을 자궁경부암이라고 부른다. 주 교수는 “초기에는 대부분의 환자에서 증상이 전혀 없으나 질환이 진행되면 질출혈이나 질 분비물의 증가, 골반통 및 요통, 체중 감소 등의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자궁경부암의 주요한 원인은 무엇일까. 자궁경부암의 원인은 성 접촉 등으로 감염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Human Papilloma Virus)다. 이 관계를 최초로 밝혀낸 것은 독일의 쮜르 하우젠 박사이며 그는 지난 2008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자궁경부암 환자의 99.7% 이상에서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이 발견된다고 보고됐다. 현재까지 100여 종의 HPV가 관찰됐으며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고위험군 바이러스는 약 15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HPV16과 HPV18 두 가지는 약 70%의 자궁경부암에서 발견돼 자궁경부암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대한부인종양학회에 따르면 HPV는 여성 10명 중 8명이 일생에 한번은 걸릴 정도로 흔한 바이러스다. 우리나라 여성의 약 3명 중 1명이 HPV에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주 교수는 “성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여성과 남성 적어도 절반 이상은 일생에 한 번은 생식기에 HPV에 감염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자궁경부의 ‘암’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기 검진이 중요하다. 자궁경부는 그 특수한 위치로 인해 손쉽게 세포를 얻을 수 있는 장기다. 조기 검진을 통해 이형성증이나 상피내암 같은 암의 전 단계에서의 치료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에 비해 암발생이 월등히 높다. 주 교수는 “이 같은 사실은 우리나라 여성들의 자궁암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며 “자궁암이 초기에는 전혀 증상이 없는 것이 보통이므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진찰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기적인 검진으로 대표적인 것인 자궁경부 세포진검사가 있다. 세포진 검사는 자궁경부의 세포를 얻어 현미경으로 검사하여 악성세포를 발견하는 검사로, 검사과정이 간단하고 많은 비용이 들지 않으며, 민감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자궁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백신을 맞는 것이다. 주 교수는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은 인유두종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생성해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준다”며 “100%는 아니지만 효과가 매우 높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인유두종바이러스는 100가지 이상의 변종이 있는데 이 중 자궁경부암과 가장 밀접한 16형 18형 고위험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개발한 것이 현재 시판되고 있는 제품들이다. 처음에는 바이러스 종류와 자궁경부암 발생 통계를 기반으로 16형과 18형 두 가지 바이러스만 막아도 한 여성이 걸릴 수 있는 자궁경부암의 약 70%가 예방이 될 것이라고 예측을 했는데, 실제 접종 후 효과는 90% 이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일본, 호주 등에서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 논란으로 인해 염려하는 여성들이 많다. 이에 대해 주 교수는 “현재 국내 식약처 뿐 아니라 세계보건기구 등에서는 부작용의 명확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발표했다”며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소아감염병저널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자궁경부암 백신인 가다실 접종 시 위약(가짜약) 주사를 접종했을 때보다 심각한 부작용이나 자가면역질환과 관련된 증상은 가다실 접종군과 위약 주사군이 동등하게 나타났다.

백신 외에도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습관에는 무엇이 있을까. 주 교수는 “면역력이 좋지 않은 여성이나 체질적으로 바이러스에 취약한 여성들에게서는 자연 치유가 일어나지 않고 바이러스가 증식하게 된다. 때문에 건강한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잘 섭취하고 스트레스를 피하며 적당한 운동과 수면을 취하는 일반적인 건강수칙을 따른다면 인유두종바이러스에 노출이 된다 해도 자연 치유될 가능성이 높다”며 “무엇보다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맞아 항체를 만들어 놓는다면 더욱 더 튼튼한 예방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