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의원들의 잇속 챙기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뇌물을 받거나 ‘갑’ 행세를 하며 공무원을 폭행까지 하는 등 낯 뜨거운 행태도 끊이지 않고 있다.
17일 강원도의회에 따르면 도의회는 지난 7월부터 5개월간 현지시찰 활동복 명목으로 벌당 44만8000원 하는 등산복 44벌을 구입해 1971만원을 지출했고, 체육대회 단체복과 의정 간소복 구입에 2001만원을 사용했다. 44명의 의원들이 입을 옷 4벌씩을 위해 모두 3972만원의 혈세를 지출한 것이다. 강원도의회는 지난해에도 하·동계 현지시찰 활동복 구입에 2748만원을 썼고, 2012년엔 830만원을 썼다. 한 공무원은 “도정의 예산운영에 대해 감시하고 불요불급한 예산운용을 통제해야 할 의원들이 오히려 앞장서 돈을 낭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충북 충주시의회는 1년에 10여 차례 사용하는 40인승 대형 버스를 장만해 달라고 집행부에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충주시의회는 최근 집행부에 ‘대형 승합차 구매 계획서’를 보내 내년에 버스구입비 2억원, 운영비 1000만원을 편성하라고 요구했다. 행정사무감사 등 각종 행사시 이동 편의를 위해 시의원 전용 버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충주시는 현재 45인승 대형버스 2대와 30인승 1대 등 버스 3대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대구 달서구의 허모(41) 의원이 15세나 연장자인 공무원의 정강이를 걷어차 파문이 일기도 했다. 전남 무안 ‘타 시도의회 비교견학’ 행사에서 의회전문위원인 A씨(56)가 의전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였다. 여론이 악화되자 결국 허 의원은 공식 사과를 했고, 달서구의회는 지난달 17일 허 의원에게 ‘출석정지 25일’의 징계를 내렸다.
광주 남구 모 구의원은 요양원을 운영하면서 최근 수년간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등의 근무시간을 허위 신고하는 수법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4억9000만원의 급여비를 부당하게 챙겼다가 적발됐다. 항운노조위원장 출신의 고흥군 의원은 항운노조의 민원 해결 대가로 월 100만원씩 모두 3600만원을 노조에서 받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대전의 한 기초의원은 10여년째 기초생활수급권자나 장애인, 독거노인 등 최저빈곤층을 위한 영구임대아파트에 거주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초의원은 연간 수천만원의 의정비를 받지만 그가 사는 아파트는 39㎡(12평형) 규모로, 임대보증금 221만6000원에 월 4만5460원만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의회는 의원이 재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민숙원사업비 예산을 과도하게 요구해 빈축을 사고 있다. 도의회는 최근 제주도에 주민숙원사업비를 의원 1인당 현행 3억3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지역현안 사업비도 10억원씩 편성하는 등 의원 1인당 20억원의 예산을 요구했다. 의원 수가 모두 41명인 의회의 요구를 받아들이려면 총 82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방의원은 지자체 조례에 대한 제·개정과 행정사무 감사, 예산심의 의결 등의 권한을 가진 만큼 아무리 도덕성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의원직을 본업에 악용하거나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뇌물을 받는 등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춘천·제주·충주=서승진 주미령 홍성헌 기자 sjseo@kmib.co.kr
후안무치 지방의회 의원들
입력 2014-11-18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