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골목상권 큰 피해” VS “소비자 권리보호”

입력 2014-11-18 03:29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17일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과 한국외식업중앙회 소속 회원 4000여명이 공공기관의 구내식당 폐지를 요구하며 집회를 갖고 있다. 서영희 기자

공공기관 구내식당과 대학 기숙사가 인근 상인 및 하숙집·원룸 주인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외부인이 늘면서 주변 식당 매출이 줄고, 기숙사가 생기면서 학생들이 원룸이나 하숙집을 빠져나갈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공공기관은 방문하는 민원인이 구내식당을 싼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기숙사 역시 학생들은 주거비 부담을 덜 수 있어 더 늘어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전국 150여개 자영업자 단체로 이뤄진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은 17일 서울 여의도에서 공공기관 구내식당 폐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연맹은 “식품위생법상 집단급식소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특정 다수인에게 음식을 공급해야 하는데 현재 공공기관은 외부인에까지 식당을 개방해 인근 식당 주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발 더 나아가 공공기관 구내식당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식업중앙회 신훈 정책개발부장은 “공공기관 구내식당이 법을 위반해 외부인을 받으면서 인근 식당 매출이 35∼40%까지 줄었다”며 “외부인뿐 아니라 공무원들도 나와 인근 식당에서 밥을 먹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행정부에 1차로 80여곳의 구내식당에 대한 위법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요구도 했다.

식품위생법 제2조는 집단급식소를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면서 특정 다수인에게 계속하여 음식물을 공급하는 학교, 병원, 공공기관 등의 급식 시설”이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구청이나 시청을 이용하는 민원인이 식사하는 것까지 막는 것은 쉽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공공기관 구내식당의 경우 원가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하고 있어 영리 목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내방객이나 민원인이 밥을 먹는 것도 현행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민원인이나 인근 주민이 싼 가격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구내식당의 장점이다.

대학은 기숙사 문제로 대학가 하숙집·원룸 주인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지역 주민의 반대로 대학 기숙사 건립이 무산된 예도 있다. 경희대는 2012년 한국사학진흥재단의 공공기숙사 신축 지원사업에 선정됐지만 지역 임대업자 반발로 서울 동대문구청장이 인허가를 반려했다. 서울시가 추진한 서울 구의동의 공공기숙사는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신촌역 인근에서 20년째 원룸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62)씨는 연세대와 이화여대의 기숙사 신축이 마뜩잖다. 지난 7월 착공한 이화여대 기숙사는 2344명 수용 규모로 2016년 완공 예정이고, 연세대는 415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우정원’을 완공해 지난달 6일부터 입사에 들어갔다.

김씨는 “이 동네에 퇴직금 받고 대출받아 원룸 지은 사람들이 많다”며 “단계적으로 기숙사를 확장해 우리가 대비할 시간을 줬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입장은 반대다. 연세대 행정학과 2학년 문희영(20·여)씨는 “대학 들어가는 것보다 기숙사 들어가는 경쟁률이 더 치열하다”며 “인근 원룸의 공실률이 높다면 월세를 깎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김현길 임지훈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