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환우회서 만난 김명희(52)씨는 자신에게 명의는 ‘종양내과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암환자가 수술을 잘하는 명의를 찾아 병원을 물색하는 현실과 조금 동떨어진 대답이다.
반면 지방 암환자 박주희(48)씨는 최근 서울로 항암치료를 받으러 다니면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지방 병원에서는 자신을 수술한 외과 선생님이 항암제까지 처방했는데, 서울 병원에서는 종양내과에서 약을 처방한다는 것이다. 박씨는 나중에야 항암제 처방과 부작용, 대처방안 등에 능통한 진료과는 종양내과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한 대학병원에서 일어난 일이다. 외과에서 종양내과로 긴급히 환자를 트랜스퍼(전과) 해 왔다. 사정인즉슨 외과에서 처방한 항암제 부작용 때문에 환자가 고통을 호소한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종양내과 의료진들은 자신들이 처방하지도 않은 약물인데다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만 종양내과로 트랜스퍼 해 오는 외과를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우스갯소리로 지방 소재 대형병원의 종양내과에서는 항암치료 중인 환자에게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환자를 만나볼 수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최근 대형병원에는 외과, 방사선과, 종양내과 등 암 치료를 위해 다양한 진료과가 협업하는 치료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환자들의 치료만족도는 물론 치료 초기에 병원 신뢰도를 높여 치료 순응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밖으로 비춰지는 화목한 모습과 달리 내부 사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의료진이 한자리에 모이더라도 분업이 생각처럼 자율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항암치료는 암 치료의 3대 원칙 중 하나인데도, 정작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종양내과에서 환자를 볼 수 없는 상황이 생겨났다. 익명의 외과 교수는 “수술에 대한 수가가 적다보니 이를 메우기 위해 약물치료를 하며 환자수를 번다”고 말했다.
종양내과는 비교적 역사가 짧은 진료과다. 늦게 도입된 탓에 의사수도 적고 그만큼 의료계 내 영향력도 크지 못한 편이다. 어느 한 대형병원의 종양내과 교수는 “지금 우리 과가 마주한 의료계 내 폐쇄적인 구조는 미국 의료시스템의 과거 모습이다. 우리보다 몇 십 년 앞서 종양내과를 들여온 미국도 우리처럼 내부적 진통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종양내과 규모가 커지고 환자들이 종양내과의 존재를 인식하면서 상황이 좋아졌다.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암환자들은 수술 후유증보다 항암제 후유증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자신의 명의를 종양내과 의료진으로 꼽은 이유는 ‘약 때문에 아프다’라고 말하는 암환자들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해줬기 때문일 것이다. 오리지널약과 복제약의 차이, 또 최신 약제까지 항암제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는 종양내과에서는 환자가 던지는 막연한 질문에도 진심으로 고민하며 성심껏 대답해줄 것이다. 길고 힘든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암환자가 수술의 명의를 찾듯 종양내과 분야에서도 명의를 찾아야 한다. 앞으로 다학제 진료를 받은 환자의 범주는 넓어질 것이다. 모든 진료과 의료진이 열린 자세로 임해야 다학제 진료의 참된 의미가 실현될 수 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의 암환자 마음읽기] 항암제 고통 이해해주는 종양내과선 환자보기 어려워
입력 2014-11-18 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