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한부모 父子가족 보호시설 ‘아담채’ 르포] 생계비·자녀교육 지원… “신앙생활로 정서 안정”

입력 2014-11-18 02:38
지난 9일 오후 인천 남동구의 부자보호시설 아담채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모씨가 아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인천=허란 인턴기자
주일이었던 지난 9일 오후 인천 남동구 경신마을 입구의 4층 건물. 3층에 사는 30대 후반의 김모씨는 방에 앉아 아들 영수(가명·6)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건물 곳곳에는 어린이와 중·고생으로 보이는 청소년들, 아버지뻘로 보이는 남성들이 종종 눈에 띄는데, ‘엄마’처럼 보이는 이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국내 최초의 부자(父子)가족 복지시설 아담채의 휴일 풍경이다. ‘아담채’는 남성을 상징하는 ‘아담’에다 집을 세는 단위인 ‘채’가 합쳐진 명칭이다. 만 18세 미만의 자녀를 양육하는 무주택 저소득 부자 가족이 모여 사는 곳이다. 가구마다 33㎡(약 10평) 규모로 방 2개와 화장실, 주방, 베란다 등을 두고 있다. 최대 3년 거주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60여 가구가 거쳐 갔고, 지금은 20가구 48명 정도 머물고 있다. 이들 가정은 숙식과 교통비 등 기본적인 생계비 지원을 비롯해 방과후교실, 정서교육, 건강검진 등 혜택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고 있다.

홍진규 아담채 사무국장은 17일 “전국의 한부모 가족 중 부자 가정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 경제적으로 취약한 부자 가정이 거주할 수 있는 유일한 보호시설”이라고 아담채를 설명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한부모 가정 중 부자 가구수는 1995년 17만2000가구에서 2013년 38만5000가구로 2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모자 대 부자 가구 비율은 82%대 18%에서 77.5%대 22.5%로 부자 가구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 등 국가의 법적 지원이 필요한 부자 가족은 2013년 현재 5년 전보다 55%나 증가한 3만4500여 가구로 집계됐다.

하지만 국내 부자 가족을 위한 복지 시설은 극히 드물다. 전국적으로 모자 보호시설은 200여곳인 반면 공동생활시설을 포함한 부자 보호시설은 4곳에 불과하다. 특히 가구별로 생활공간을 따로 두고 하루 3식을 제공하는 곳은 아담채가 유일하다. 부산과 강원도 등 타 지역에서도 부자 보호시설 설립을 의뢰하는 곳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부자 보호시설을 혐오시설로 받아들이는 지역 주민들의 편견 탓이다.

2007년 10월 아담채가 들어설 당시에도 진통을 겪었다. “아버지가 술을 먹고 마을에서 행패를 부리면 어떡하느냐”는 등의 우려와 반대 때문이다. 주민들의 걱정이 기우가 된 것은 아담채의 산파 역할을 한 교회 덕분이다. ‘작은 자를 섬기자’는 목회 지론으로 아담채를 설립한 인천교회(김진욱 목사)는 사회복지법인으로 바꿔 전문 복지사역을 이어가면서 섬김과 선교 사명을 이어오고 있다.

홍 사무국장은 “아담채 입소자들의 경제적 자립 지원도 중요하지만 심리적 자립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예배 등 신앙생활과 상담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아담채 입소 이후 교회에 첫 발을 디디거나 신학에 입문한 이들도 여럿 있다.

현재 아담채 입소를 기다리는 가구는 6∼7곳. 아담채에 대한 수요는 점점 많아지는 추세지만 경기 악화 등으로 후원이 여의치 않아 헤쳐 나가야 할 산이 많다. 홍 사무국장은 “모자 보호시설에 비해 부자 보호시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너무나 낮은 수준”이라며 “교회와 성도들의 관심과 기도가 더 필요하다”고 전했다.

인천=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