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모자 26억원에 낙찰 받은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영웅의 도전, 기업에 접목하고 싶다”

입력 2014-11-18 02:35 수정 2014-11-18 15:37
하림의 김홍국 회장.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1세의 도전정신은 기업가정신이 절실한 이 시대에 주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하림그룹 김홍국(사진) 회장은 프랑스 퐁텐블로의 오세나 경매소에서 17일 새벽 나폴레옹1세의 이각 모자를 25억8000만원에 낙찰받은 뒤 흐뭇해했다. 김 회장은 "평소 나폴레옹의 불가능은 없다는 도전정신을 높이 사왔고, 기업가정신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의미에서 그 모자를 구매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나폴레옹의 모자를 개인적으로 소장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장소에 비치해 나폴레옹의 도전과 개척정신을 공유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을 대신해 경매에 참여한 직원 이태균씨는 현지에서 AFP에 "상사(boss)를 대신해 왔다. 이 모자를 현재 건설 중인 신사옥에 전시해 사람들이 오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우리 회사 직원들은 나폴레옹과 같은 한국의 개척가"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하림그룹은 내년 8월 완공을 목표로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에 19층(지하 3층∼지상 16층, 연면적 5802㎡) 규모의 '논현동 하림그룹 사옥'을 건축 중이다.

경매소 측은 애초 낙찰 가격을 50만 유로(6억9000만원)로 예상했으나 4배에 가까운 높은 가격(188만4000유로)에 경매했다. 모자 경매가격으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하림 관계자는 "회장님의 강력한 구입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버의 털가죽으로 만들어진 검은색 펠트 모자인 나폴레옹 이각 모자는 지금까지 남아있는 나폴레옹의 19개 모자 가운데 민간인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2개 가운데 하나다. 나폴레옹이 지휘하던 부대의 수의사에게 선물한 것이다. 모나코의 현 국왕 알베르2세의 증조부인 루이2세가 수의사의 후손으로부터 이 모자를 직접 사들여 왕실 소장품으로 삼았다가 이번 경매에 내놓았다.

경매소 직원 알렉산드르 지클로는 "나폴레옹은 당시 이 상징물이 위력을 갖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면서 "이 모자를 쓴 나폴레옹을 전투 현장에서 적들은 박쥐라고 불렀다"고 소개했다. 이각 모자는 양쪽으로 챙이 접힌 모서리가 있는 모자로 19세기 프랑스 등지에서 유행했던 스타일이다.

나폴레옹과 먼 친척 관계인 모나코 왕실은 이 모자와 함께 수십개의 메달과 장식용 열쇠, 문서, 보석이 박힌 칼, 총알구멍이 난 부대 깃발을 포함해 다양한 나폴레옹 유품을 함께 경매에 내놓았다. 알베르2세는 경매 안내 카탈로그에서 모나코 왕궁 보수비용을 대고자 소장품을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