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 비만이 무서운 이유… 치료율 떨어뜨리고 재발률 높여

입력 2014-11-18 02:51
미국임상종양학회는 비만이 이차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환자의 체중관리 중요성을 강조했다.

비만과 암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는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 이들 연구에서 공통적인 내용은 비만과 관련한 호르몬이 암을 유발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유방암이 대표적인데, 마른 체형의 여성보다 비만 여성에게서 유방암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만 여성은 체내 에스트로겐과 같은 생식호르몬의 과잉 분비가 이뤄지고 과도하게 분비된 에스트로겐은 유방에 암 생성을 유발한다. 전립선암의 경우도 비만일수록 높은 병기의 전립선암이 발견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비만은 암 발생률을 높이고 나아가 암 재발률을 높이는 원인이 되므로 암 생존자에게 ‘과체중’이 지니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대한소화기암학회가 발간한 ‘소화기암환자들의 영양 이야기’를 살펴보면 대장암 2기, 3기의 환자들 중 비만인 환자가 정상 체중의 환자들에 비해 수술 후 무질병생존율에서 불리한 결과를 보인다고 나와 있다. 이 학회는 “영양을 통한 암 예방연구에서 전이가 없는 대장암의 경우, 진단 전의 비만(BMI>30㎏/㎡)은 환자의 전체 사망률, 대장암 특이 사망률, 심혈관계 질환 관련 사망률 모두 좋지 않는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도 비만을 암 생존율을 낮추는 주된 위험인자라고 지목했다. 학회는 지난달 1일 발표한 학회지를 통해 비만을 잡아야 암을 잡을 수 있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번 성명서를 집필한 다나-파버암연구소의 제니퍼 박사는 “비만이 암환자의 치료효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차암 또는 동반질환 발생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서는 일찍이 비만과 암의 연관성을 인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2005년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윤영숙 교수팀은 한국인 성인 남성 78만명을 대상으로 10년간 추적한 결과, 비만이 한국인의 다양한 암 발생의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당시 연구진은 “한국인의 비만도가 높아질수록 대장암, 직장암, 간암, 담도암, 전립선암, 신장암, 갑상선암, 폐의 소세포암, 임파선암, 흑색종(피부암) 등의 발생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 연구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비만인 사람은 정상 체중에 비해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1.9배, 간암에 걸릴 위험이 1.6배, 담도암 2.2배, 전립선암 1.9배, 신장암 1.6배, 갑상선암 2.2배, 폐의 소세포암 1.5배, 임파선암 1.5배, 흑색종(피부암) 2.8배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위암의 경우, 비흡연자를 상대로 한 분석 결과, 체질량지수 30(㎏/㎡) 이상의 고도비만인 사람은 정상 체중보다 암에 걸릴 가능성이 1.7배 높게 나타났다.

앞서 소개한 미국임상종양학회는 비만인 암환자라면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환자의 체중 감량을 도와야한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도 서양식 식이패턴을 좇다 보니 비만과 관련 높은 암종의 발병률이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비만이 암의 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 외에도 치료율을 떨어뜨리고 재발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들이 축적되고 있는 만큼 암환자와 암 생존자의 체중관리는 더욱 중요한 화두가 될 전망이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