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피우지 않는데도 폐암에 걸리는 여성 환자들이 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발표된 국립암센터의 통계에서도 폐암 여성 환자 10중 9명은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았음에도 폐암으로 진단되고 있다.”
이계영 건국대학교병원 폐암센터 교수는 비흡연 여성의 폐암 증가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최근 국립암센터에서 폐암으로 수술을 받았던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도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01년 3월부터 2014년 7월까지 수술 받았던 2948명 중 여성이 831명으로 28.2%에 해당하고 이 중 대다수인 730명(87.8%)이 흡연 경력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암등록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남녀 전체의 폐암 발생 추이는 1999년과 2011년을 비교할 때 인구 10만 명당 연령 표준화 발생률 28.9에서 28.7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남녀의 차이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남성의 경우 연령 표준화 발생률이 10만 명당 51.9에서 46.7로 감소한 반면, 여성의 경우는 12.9에서 15.5로 증가했다.
수술 성적은 초기에 해당하는 IA기에서 비흡연 여성의 5년 생존율이 96.6%로 비흡연 여성을 제외한 나머지 전체 환자의 5년 생존율인 84.4%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특히 수술 후 재발한 경우라 하더라도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의 경우에는 재발 이후부터 중앙생존기간이 34개월이었고, 5년 생존율도 22.5%에 달했다. 이는 최근에 개발된 표적치료제의 효과라 추정된다. 비흡연 여성에서 발생하는 선암인 경우 표적치료제에 잘 듣는 유전자변이가 흡연자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폐암은 현미경적으로 암세포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비소세포폐암(NSCLC, non-small cell lung cancer)과 소세포폐암(SCLC, small cell lung cancer)으로 구분된다. 비소세포폐암은 소세포폐암에 비해 비교적 성장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초기에는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나, 근치적 절제술이 가능한 1, 2, 3A기 일부 환자는 약 4분의 1에 불과하다. 보통 비소세포폐암은 3A기 이후에 항암화학요법을 사용하며 일부 1기 또는 2기의 경우에는 수술 후 재발 방지를 위해 보조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한다. 폐암 치료에 있어 최근에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등 폐암을 유발하는 특정 유전자 변이를 표적하여 작용하는 표적항암제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 치료제들은 주로 비흡연자, 여성, 선암 환자에게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부작용이 경미한 편이다. 또 다른 조사에 의하면 여성 흡연자들이 남성 흡연자들보다 폐암에 걸릴 확률이 2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비흡연 여성들의 폐암 발전 위험성이 남성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계영 교수는 “폐암 치료는 유전자돌연변이에 대한 분자병리학적 진단법과 표적치료제가 개발됨으로써 전환기를 맞이했다. EGFR과 관련한 타이로신 키나아제(TK)라는 세포 내부 단백질을 차단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를 억제하는 다양한 EGFR TKI가 개발됐다. 이에 따라 폐암치료는 환자 개개인에게 가장 효과적이고 적합한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맞춤형 치료 접근법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에 따라 특히 비흡연 여성폐암 환자의 치료성적이 크게 향상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폐암 치료의 유전자돌연변이에 대한 분자병리학적 진단법에 기대를 걸고 있는 이 교수는 폐암의 유전자돌연변이 검사법 개발에 참여하고 이를 보험 급여화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또 이 교수는 혈액검사를 통한 폐암조기진단법 개발 연구를 2년째 진행하고 있다.
국내 허가된 기존 1세대 EGFR TKI 치료제로는 이레사와 타세바가 있으며 최근 보험급여를 획득한 차세대 비소세포 폐암 치료제 지오트립이 있다. 이 교수는 “국내 폐암검진에 사용되고 있는 저선량흉부CT는 폐암환자 모두에게 권장하기에는 비용, 효과,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 있다”며 “현재 혈액검사를 통하여 폐암을 조기에 진단하려는 연구가 다각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향후 다양한 표적 치료제의 임상 도입과 함께 조기폐암진단법의 개발로 폐암 치료의 미래는 밝다”고 덧붙였다.
한편 폐암은 가장 흔하게 뇌로 전이되는 암이다. 전이성 뇌종양은 무혈 뇌수술인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로 빠른 치료가 가능하다. 감마나이프 수술은 정상 뇌에 대한 손상 가능성이 가장 적고, 전이성 뇌종양 치료 시 종양 억제의 성공률이 약 95%로 효과의 우수성이 입증된 대표적인 치료방법이다. 건국대학교병원 감마나이프센터에서는 전이성 뇌종양, 뇌동정맥기형, 뇌수막종, 신경초종, 삼차신경통, 파킨슨병을 활발히 시술하고 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media.co.kr
[암과의 동행] 비흡연 여성 폐암 잡는 표적항암제 눈길
입력 2014-11-18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