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우유배달원이 독거노인 살린다… 日의 ‘고독사’ 대응

입력 2014-11-18 03:27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대규모 이재민이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최근 한 신문배달원이 죽음의 문턱에 이른 독거노인을 살려 화제가 되고 있다.

17일 후쿠시마민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15일 오전 4시쯤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南相馬)시의 한 30대 여성 신문배달원은 평소처럼 신문배달을 나섰다가 한 60대 독거노인의 집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신문배달함에는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듯한 신문 5일치가 그대로 쌓여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차린 이 여성은 배달을 마치고 난 뒤 오전 7시쯤 다시 노인의 집을 찾았다. 인기척은 없었다. 하지만 환풍기는 돌아가고 있었고 주차장에 자가용도 그대로 있었다. 그녀는 곧바로 경찰과 관계 당국에 신고했다. 경찰이 문을 뜯고 들어가자 60대 할머니가 방에 쓰러져 있었다. 할머니는 움직이지 못하고 며칠간 굶은 상태였다. 시 관계자는 “조금만 늦었어도 위험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병원에 이송된 할머니는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집주인을 기억하고 재빠른 조치를 취한 배달원의 기지로 고독사를 막을 수 있었다.

할머니의 집은 대지진 이재민을 위해 시가 마련한 재해공영주택으로 지난달 1일 3층짜리 건물 5개 동에 총 30가구가 입주했다. 입주자들은 모두 현내 각 지역에서 온 이주민들이었다. 신문배달원은 “할머니가 입주 당시부터 혼자였고 이사 왔을 때부터 무척 피곤해하는 기색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름을 밝히기 거부한 이 신문배달원의 선행 뒤에는 지자체의 노력과 배려가 있었다. 미나미소마 시는 올해 3월 신문판매점 및 우유보급소 등과 ‘안심하고 살펴보는 네트워크’란 협정을 체결했다. ‘생활밀착형’ 업소들이 지역민들을 수시로 살피고, 이상이 있을 때 즉각 당국에 신고하게끔 하는 내용이다. 고령화 추세와 더불어 대지진 여파로 1인 가구가 증가한 데 따른 대책이었다. 사토 아쓰시 미나미소마시 건강복지부장은 “당국과 지역사회의 협력으로 고독사 방지체제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