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역내 스마트폰 시장 고성장 시대 끝났다”… 해외로 눈 돌리는 中 IT업체들

입력 2014-11-18 03:00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세계 시장 공략이 본격화하고 있다. 좋은 사양의 스마트폰을 낮은 가격에 내놔 중국 시장을 빠르게 장악한 전략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3분기 글로벌 3위 스마트폰 업체로 자리매김한 샤오미는 인도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시스(Canalys)에 따르면 3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 성장했다. 전 분기보다도 29% 증가했다.

샤오미는 지난 7월부터 인도에서 스마트폰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판매 방식은 100% 온라인을 통해서다. 인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플립카트와 손잡고 시장 공략에 나섰다. 매주 5만∼10만대가량의 판매고를 기록 중이다. 플립카트의 세일 행사인 ‘빅 빌리언 데이’ 때는 17만5000대까지 팔렸다.

샤오미는 이달 중 ‘패블릿’ 홍미 노트와 플래그십 스마트폰 미(Mi)4를 인도에서 판매한다. 마누 자인 샤오미 인도 대표는 미 경제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여건이 된다면 인도 현지 공장을 설립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샤오미는 인도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레노버도 해외 시장 진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양위안칭 레노버 회장은 지난 6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고성장(hypergrowth)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레노버의 3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늘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2% 감소했다. 양위안칭 회장의 발언은 그동안 내수시장에 집중한 전략에서 글로벌로 눈을 돌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레노버는 다른 중국 업체보다 해외 진출에 유리한 점이 있다. 구글로부터 29억1000만 달러에 모토로라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브랜드를 보유한 만큼 시장 진입이 다른 업체보다 수월하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이 해외에서도 성공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특허 문제다. 샤오미는 시작부터 애플을 대놓고 베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레노버가 최근 내놓은 S90은 제품 디자인뿐만 아니라 제품 소개 홈페이지 디자인까지 그대로 복사해 놨다.

조너선 아이브 애플 디자인 총괄 수석 부사장은 최근 한 행사에서 중국 업체의 이런 행태에 대해 “8년간 만들어온 것들이 6개월 만에 복제된다”면서 “이건 절도며 태만이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중국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의 보호 아래 특허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제품을 만들었지만 해외 시장에 나오면 언제라도 소송의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의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가격 경쟁력을 강화한 제품을 잇달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디자인과 사양을 강화한 중저가 라인업 A시리즈를 중국 등 신흥시장 중심으로 이달부터 출시한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G3의 보급형 파생 모델과 보급형 제품 F, L시리즈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