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마운드서 저물다… LG 투수 김선우 은퇴 선언

입력 2014-11-18 02:30
1997년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한 김선우는 2001년부터 메이저리그로 승격해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 콜로라도 로키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위부터) 등 7개 구단을 거쳤으며 빅리그 통산 118경기에 출전해 13승13패를 올렸다. 국민일보DB

미국 메이저리그(MLB)를 거쳐 한국 프로야구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LG 트윈스의 베테랑 투수 김선우(37)가 은퇴한다. 한때 프로야구 흥행을 주도했던 2007년 빅리그 복귀파가 흐르는 세월을 막지 못하고 저물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LG는 김선우가 17일 구단을 찾아 은퇴 의사를 밝혔고 이를 수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고교 시절 강속구 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김선우는 1996년 OB 베어스의 2차 우선 지명을 받았지만 고려대로 진학했다. 대학 재학 중이던 1997년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빅리거로 뛰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7개 구단을 거치며 통산 13승13패의 성적을 거뒀다. 2005년에는 콜로라도 로키스 소속으로 완봉승을 거뒀다. 당시 김선우는 마운드에서 빛이 난다는 의미로 ‘써니’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김선우는 이후 2008년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2013년까지 6년간 팀의 토종 에이스 투수로 활약했다. 2009년 11승10패, 2010년 13승6패, 2011년 16승7패1세이브로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2011년에는 다승 2위, 평균자책점(3.13) 3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2012년 6승9패, 지난해 5승6패로 하락세를 타다 시즌을 마치고 방출됐다.

LG에 새로 둥지를 튼 김선우는 명예회복을 다짐했지만 올해 6경기에 나와 1패에 평균자책점 14.04로 부진했다. 그는 “야구를 하면서 힘든 일도 있었고 좋은 일도 있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며 “당분간 휴식을 취한 후 향후 진로를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김선우는 2007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마련한 ‘해외파 특별지명’에 의해 이듬해 국내로 복귀한 선수들 가운데 2009년 두산에서 방출돼 바로 선수생활을 접은 이승학(35)을 빼면 가장 먼저 은퇴를 선택하게 됐다. 당시 김선우와 함께 국내로 유턴한 선수는 KIA 타이거즈 최희섭(35)과 서재응(37), 롯데 자이언츠 송승준(34), 삼성 라이온즈 채태인(32), LG 트윈스 봉중근(34) 등이다.

빅리그 복귀파들은 7년간 국내 프로야구에서 빼어난 활약으로 인기몰이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제 노장이 되면서 김선우처럼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최희섭은 부상 여파로 올해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고 동료 서재응은 올 시즌 2패2홀드만을 기록한 채 2군에서 머물고 있다. 송승준도 8승11패로 예전만 못하다. 그나마 채태인과 봉중근은 국내 복귀 후 현재까지 제2의 야구인생을 활짝 열고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