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사유가 기재되지 않은 채 서면이 아닌 이메일로 전달된 해고 통지서는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부장판사 정창근)는 계약직 근로자 박모(41)씨가 패션의류업체 A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박씨는 2012년 12월부터 2년간 A사에서 연봉 7000만원을 받고 근무하기로 계약했다. 박씨가 맡은 업무는 이탈리아 L브랜드 속옷을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는 사업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상표권 사용계약 기간과 관련해 L사와 A사 사이에 이견이 생기면서 계약이 지연됐다. A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박씨를 L사 본점이 있는 이탈리아에 보냈다. A사는 박씨에게 ‘계약기간 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사표를 요구하겠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
별 성과 없이 돌아온 박씨는 A사로부터 수차례 사직 권유를 받았다. 결국 A사는 지난해 11월 “출근은 이번 주까지 하고, 업무 인수인계는 다음 주까지 마무리해 달라”는 해고 통보를 이메일로 보냈다. 박씨는 부당 해고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박씨 손을 들어줬다. A사가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정한 근로기준법 27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사 측이 박씨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해고 사유가 기재돼 있지 않고, 달리 서면으로 이를 통지했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며 “절차상 하자가 있는 해고이기 때문에 무효”라고 판시했다. 또 A사는 무효인 해고를 전제로 약 1년간 지급하지 않은 임금도 박씨에게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법원 “사유 없는 계약직 해고 통지서는 무효”
입력 2014-11-18 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