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크리스티나 김(30·한국명 김초롱)은 한때 미국프로여자골프(LPGA)에서 장래가 촉망되는 유망주였다. 2003년 LPGA 투어에 데뷔한 김초롱은 이듬해 롱스드럭스챌린지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2005년 미첼컴퍼니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두 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쾌활한 성격과 베레모 패션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그런데 이후 거짓말처럼 그의 이름은 LPGA 투어 리더보드에서 사라졌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 단 한 번도 톱10에 들지 못했다. 2012년에는 상금랭킹 110위까지 추락하며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투어 카드를 확보해야 하는 처지까지 내몰렸다. 성적이 떨어지면서 특유의 쾌활함은 사라졌고 우울증까지 겹쳐 한 때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어머니의 도움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크리스티나 김은 17일(한국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의 클럽 데 골프 멕시코에서 열린 LPGA 투어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최종 라운드에서 2차 연장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무려 9년 만에 LPGA 투어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감격을 맛본 것이다. 그는 경기 후 ‘절친’이자 같은 재미동포인 미셸 위(25)를 끌어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부침이 컸던 20대를 보내고 어느 덧 30세의 중고참 선수가 된 후 따낸 값진 우승이었기 때문이다.
크리스티나 김은 “‘밤이 아무리 어두워도 다음날에는 언제나 아름다운 해가 뜬다’고 하신 어머니의 말씀에 큰 위안을 얻었다”며 “내가 얼마나 많은 경기를 치렀고, 우승에 실패했는지 관계없이 나는 훌륭한 인생을 살았다. 이런 삶을 살아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모규엽 기자
재미동포 크리스티나 김 9년만에 우승 트로피…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2차 연장 접전
입력 2014-11-18 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