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쓰고, 동생은 그렸다… 8년 만에 완간한 어린이 동물생태만화 ‘STOP!’

입력 2014-11-18 02:38
어린이 생태환경 만화 시리즈 ‘STOP!’을 완간한 형 김산하씨(왼쪽)와 동생 한민씨. 영장류 과학자인 형이 글을 쓰고, 만화작가인 동생이 그림을 그렸다. 저자 제공

형제는 청년시절에도 같은 방을 썼다. 한방에서 부대끼며 사는 생활은 불편한 점이 없지 않았으나 생각을 공유하기에 좋았다. 8년 전 어느 날이었다. 형 김산하(38)씨 머리에 아이디어가 퍼뜩 스쳤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행동생태학과 박사과정에서 긴팔원숭이를 연구하며 온통 관심이 동물에 가 있던 때였다.

“스라소니가 토끼를 잡아먹는 장면에서 ‘스톱’을 시켜보면 어떨까. 한쪽은 잡아먹어야 하고 다른 쪽은 도망가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양쪽의 입장을 보여주는 거지!”

서울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작가생활을 하던 동생 한민(35)씨도 반색했다. 영장류 과학자인 형이 쓰고, 만화가인 동생이 그린 어린이 동물생태만화 ‘STOP!’(비룡소)은 이렇게 탄생했다. 2006년 제1권 ‘동물들이 함께 사는 법’(공생과 기생)으로 시작된 시리즈는 최근 8권 ‘더워지는 지구 지키기’(지구온난화·사진)와 9권 ‘세계 환경회의와 동물대표’(환경보호)가 동시에 출간됐다.

산하씨는 17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글 쓰고 만화 그리는 것만 역할을 분담했을 뿐 핵심 아이디어는 항상 브레인스토밍을 했다”고 말했다.

형제의 만화작업은 구체적인 정보를 통해 환경보호의 절박성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지구온난화를 다룬 8권을 보자. 얼음이 녹으면서 빙산 밑의 바닷물이 민물로 변하고, 그래서 짠 바닷물에 익숙한 생물들이 점점 살기 힘들어진다거나 빙산 사이 간격이 멀어져 북극곰도 헤엄치다 빠져죽기도 한다는 얘기 등은 온난화의 위험성을 실감하게 한다.

만화의 꼬마 주인공 ‘지니’의 캐릭터도 합작품이다. 지니는 소녀이지만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중성적으로 표현된다. 부모의 국적도 드러내지 않았다. 환경문제는 성별과 국적을 떠나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산하씨는 현재 비정부기구(NGO)인 생명다양성재단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고, 한민씨는 그래픽 노블 작가로 활동 중이다. 형제는 앞으로 한국의 동물과 식물을 주제로 생태 만화작업을 할 계획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