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째 장기 집권 중인 로버트 무가베(90·사진) 짐바브웨 대통령의 후계 구도를 둘러싸고 부통령과 대통령 부인 등 두 명의 여성이 암투를 벌이고 있다. 무가베의 49세 부인이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고, 현직 여성 부통령이 무가베 암살을 모의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짐바브웨의 집권당인 국민연합 애국전선(ZANU-PF)의 기관지격 매체인 ‘센데이메일’은 16일(현지시간) 현 부통령인 조이스 무주루(59)가 무가베에 대한 암살을 기도했다고 폭로했다. 조이스 무주루는 유럽 등 서방국가들이 차기 대통령으로 선호해온 인물이자 ZANU-PF의 핵심 인사다. 짐바브웨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숨지거나 사퇴하게 되면 부통령이 3개월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는데, 이때 차기 대선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선데이메일은 이에 대한 경찰 수사를 촉구했고, 무주루 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선데이메일의 보도를 전하면서 최근 퍼스트레이디인 그레이스 무가베가 대선 출마를 굳히면서 무주루 부통령을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그레이스는 최근 당 행사에서 무주루 부통령을 ‘도둑’이라고 묘사하는가 하면 “무주루가 남편에 대한 쿠데타를 모의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레이스는 명품에 돈을 펑펑 쓰는 등 사치스러운 생활 때문에 비판을 받아 왔으나, 지난 8월 ZANU-PF의 여성연맹 위원장으로 지명된 뒤부터는 남편의 자리를 물려받을 심산으로 대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가베 대통령은 1992년 첫 번째 부인과 사별한 뒤 1996년 자신의 비서 출신인 그레이스와 재혼했다.
텔레그래프는 선데이메일의 보도로 무가베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꼽혔던 무주루 부통령의 당내 입지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당내에서 그녀와 가까운 핵심 인사들이 중요 포스트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주루와 그레이스 두 여성이 벌이는 대권 싸움이 향후 어떤 결말을 만들어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부인·女부통령 “대통령 자리 내놔라”
입력 2014-11-18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