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두바이 왕족 사냥터 추진에 4만명 쫓겨날판”… ‘뿔난’ 마사이족

입력 2014-11-18 02:55

아프리카 동부의 탄자니아에 살고 있는 마사이족 4만명이 자신들의 터전에서 쫓겨날 처지에 몰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탄자니아 정부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왕족의 사냥터 조성을 위해 현재 마사이족이 살고 있는 세렝게티 국립공원 근처 로리온도 지역에서 퇴거해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사냥터 조성 계획은 원래 지난해부터 추진됐다. 두바이의 왕족들을 위한 사냥 및 사파리 관광을 주선하는 업체인 OBC가 로리온도 지역의 1500㎢ 구역에 사냥터를 추진하겠다고 제안했고 탄자니아 정부가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마사이족이 강하게 반발하고, 전 세계 시민운동 단체들도 가세하면서 탄자니아 정부는 결국 사냥터 조성 계획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탄자니아 정부가 당초 약속을 뒤집고 사냥터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유목을 통해 살아가는 마사이족은 해당 구역에 들어가지 못하면 목축에 큰 타격을 입고, 또 대대로 내려온 조상들의 무덤이 있어 떠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탄자니아 정부는 사냥터 조성 대가로 마사이족을 위해 10억 탄자니아 실링(5억7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마사이족은 “터무니없이 적은 돈인 데다 조상의 유산을 돈과 바꿀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마사이족은 18일 총리를 만나 정부의 토지매각 계획 철회를 요구할 방침이지만 협상이 결렬되면 법원 소송 등을 검토하고 있다.

가디언은 마사이족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2년간 꾸준히 반대운동을 펼쳐왔지만, 일부가 경찰에 의해 살해되고 협박전화를 받는 등 사냥터 조성 반대 운동이 위기에 봉착했다고 소개했다. 마사이족 축출 반대 서명운동을 벌여온 해외의 시민운동가 알렉스 윌크스는 “탄자니아 정부가 외국 왕족의 코끼리 사냥을 위해 수만명의 마사이족을 쫓아내는 황당한 일을 벌이고 있다”며 “탄자니아의 명성에 먹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인 앤드루 왕자도 OBC의 고객인 것으로 알려져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손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