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놀란’에 또 놀란 한국팬… ‘인터스텔라’ 암표까지

입력 2014-11-18 02:47

[친절한 쿡기자] 주말이었던 15, 16일 자정을 넘은 시간. 서울 성동구 왕십리광장로에 있는 영화관 CGV왕십리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300여명의 관객이 몰렸습니다. 택시운전자들이 의아해할 정도였죠. 영화 ‘인터스텔라’(사진) 때문이었습니다. CGV왕십리에는 CGV울산삼산점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아이맥스(22m×13.3m) 스크린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영화팬은 “아이맥스로 보지 않으면 인터스텔라는 의미가 없다”고 했습니다. 다른 관람객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이라 개봉하자마자 봤는데 또 왔다. 스크린은 크면 클수록 좋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치열한 ‘예매 전쟁’을 거친 후였습니다.

인터스텔라는 개봉 12일 만인 17일 누적 관객수 5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국내 개봉 외국영화 중 최고 흥행작인 ‘아바타’(1330만명) 보다 빠릅니다. 당분간 경쟁작이 없어 관객 1000만명에 시동이 걸렸다는 말이 나옵니다. 물리학 용어가 난무하고 런닝타임이 2시간49분에 달하는 영화가 어떻게 비수기 극장가를 초토화시켰을까요?

‘믿고 보는 놀란산(産)’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힙니다. 놀란 감독은 ‘메멘토’ ‘인썸니아’를 만들 때부터 탄탄한 스토리와 반전 있는 결말로 마니아층을 만들었습니다. 독특한 세계관에 스케일과 영상미를 더한 ‘인셉션’과 ‘다크 나이트’로 할리우드 최고감독 반열에 올랐죠.

‘아이맥스 버프(buff·캐릭터 능력치를 증가시켜 주는 효과를 일컫는 온라인게임 용어)’도 제대로 받았습니다. 아이맥스 카메라와 35㎜ 필름을 선호하는 놀란 감독이 아이맥스 분량을 가장 길게 찍었다는 사실은 개봉 전부터 킬러 콘텐츠가 됐습니다. 60분 정도인 아이맥스 촬영분을 대형 스크린에서 보기 위한 관객들의 예매 전쟁은 일반 상영관 예매율까지 치솟게 하는 도미노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아이맥스를 비롯해 스크린이 크다고 소문난 상영관의 인터스텔라 평균 좌석 점유율은 90%를 상회합니다. 맨 앞자리 정도를 제외하면 매진인 수준이죠. 1만2000원인 정가 보다 비싼 암표까지 등장하자 CGV가 이례적으로 예매티켓 재판매를 단속하겠다는 공지사항을 올렸을 정도입니다. 예매 팁을 알려주는 게시물도 인터넷에서 화제입니다. 소량으로 풀리는 예매취소 티켓을 실시간으로 노리는데 추석 기차표 예매 못지않은 클릭력(力)이 필수라는군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혜성에 착륙한 탐사로봇 ‘필라이’까지 흥행을 돕는다는 해석이 나올 정도이니 ‘놀란에 놀랐다’라는 말장난이 허투루 들리지 않네요.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