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잇따라 열린 중국 베이징에서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미얀마 네피도에서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및 아세안(ASEAN+3) 정상회의, 호주 브리즈번에서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거둔 외교적 성과는 적지 않다. 중·일 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예고돼 지난 9일 박 대통령이 출국할 때만 해도 자칫 우리나라가 동북아 외교전에서 밀리는 게 아니냐는 불안한 시각이 없지 않았으나 중국 미국 일본 정상과의 회담 또는 대화를 성사시켜 오히려 입지를 강화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열자고 선제적으로 제의해 중국과 일본의 화답을 이끌어낸 점은 평가할 만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엔저 문제점을 거론한 것 역시 적절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30개월을 끌어온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매듭지은 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나 빈틈없는 대북 공조를 대외적으로 알린 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깜짝 대화’에서 얼어붙은 양국관계를 풀어보려는 자세를 보인 점도 긍정적이다. 아울러 호주 인도 뉴질랜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정상회담, 역내 국가들과의 다자회의를 통해 실질적인 협력관계도 한층 두텁게 만들었다.
외교는 어느 한쪽이 100% 만족할 수 없으며, 단기간 내에 가시적인 결실을 거두기 힘든 분야다.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차곡차곡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박 대통령의 이번 정상 외교는 나름대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향후 과제는 외교적 성과를 극대화하는 일이다. 박 대통령이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우선 한·중 FTA와 한·뉴질랜드 FTA의 차질 없는 비준을 위해 정치권의 협조를 구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FTA에 미진한 부분이 없지 않겠지만, 우여곡절 끝에 타결됐고 기업과 국민들에게 보탬이 된다는 점을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조기 비준을 요청해야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선 안 된다. 박 대통령이 제안한 한·중·일 정상회담이 원만하게 개최될 수 있도록 물밑에서 여건을 조성하는 데도 주력해야 한다. 한·일관계는 아베정부의 왜곡된 역사인식이 걸림돌이지만 유연하게 사태를 리드해가는 운신의 묘를 살려가야 할 것이다.
경색된 남북관계는 난제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불용 원칙이 거듭 천명됐으나 북한 김정은 정권은 좌충우돌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17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것도 그런 연장선상이다. 한국 일본 미국과 접촉했으나 고립에서 벗어날 만한 수준의 보상을 기대하기 어렵자 러시아로 방향을 튼 것으로 분석된다. 유엔에서 북한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는 중국에 대한 불만도 내포돼 있다. 김정은 정권이 개혁·개방의 길을 선택하도록 주변국들과 더욱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
[사설] 박 대통령 정상외교 후속조치에 만전을
입력 2014-11-18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