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서부지역에 위치한 라인란트팔츠주에 루트비히스하펜이라는 도시가 있다. 이곳은 세계 최대 화학회사인 바스프 본사가 있고, 대규모 화학공업단지가 조성돼 있다. 본사 공장은 10㎢로 여의도 면적보다 크다. 이곳에서 3만3000여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공장을 방문했을 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자전거다. 넓은 공장을 이동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다. 이 공장에만 1만5000대의 자전거가 있다고 한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근로자들은 짐칸에 안전모를 싣고, 머리에는 자전거용 안전헬멧을 착용하고 있다.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안전헬멧을 쓰고 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모든 근로자에게 자전거 이동 시 안전헬멧을 쓰도록 습관화하는 데 2년이 걸렸다고 한다. 작은 실천이지만 안전을 생활로 정착시킨 좋은 예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안전수준도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대부분 사업장에 보호구 착용이 정착됐다. 주변의 작은 공사현장에서도 안전모와 안전대를 한 근로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사업주들의 안전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안전에 소요되는 비용을 투자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의 일터에서는 한 해 9만여명의 근로자가 산업재해를 입고 있다. 사망자도 2000명 가까이 발생하고 있다.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심각하다. 한 해 19조원이라는 비용이 산업재해로 사라지고 있다. 재해자 1명당 2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우리 일터에 안전을 습관으로, 생활로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공단에서는 2010년 범국민 안전문화 슬로건을 만들었다. 바로 ‘조심조심 코리아’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의 원동력이 됐던 ‘빨리빨리’ 문화를 안전 분야에서만큼은 ‘조심조심’으로 바꾸자는 의도다. ‘조심조심 코리아’를 이루기 위한 실천 슬로건은 ‘위험을 보는 것이 안전의 시작입니다’와 ‘안전 앞에 늘 겸손하세요’다. 일상 속에서 흔히 지나치기 쉬운 위험요인을 꼼꼼히 살펴보고, 익숙한 일이라도 자만하지 말고 안전의 원칙을 지키자는 뜻이다. 지금도 우리 공단은 우리 사회에 ‘조심조심 코리아’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안전’이다. 안타깝게도 대형 사고라는 악재를 통해 ‘안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우리 사회 전반적인 안전시스템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도 커졌다. 정부에서는 근본적인 안전시스템 개편을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최근 발생한 대형 사고의 특징은 기본적인 안전수칙이나 반드시 지켜야 할 안전의 절차를 소홀히 하여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전에 관한 절차를 지킨다는 것은 느리고, 불편하고, 때론 귀찮고 비용도 수반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대신 안전을 얻을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안전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젠 안전을 문화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문화는 어느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고, 원인을 발견하고, 대안을 찾아보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단단한 공감대가 만들어진다.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구성원들의 생각이 바뀌고, 실천이 축적된다. 결국 그것이 습관이 되고, 사회적으로 확산되면 문화가 된다.
안전을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리의 삶 속에서, 일터에서 조금씩 더디고 반복적인 과정을 거쳐야 안전이 생활이 되고, 습관이 되고, 문화가 된다. 이제부터 우리 사회에 안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자. 이는 정부나 특정기관의 몫만은 아니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스스로 느끼고 깨닫고 행동해야 한다. 더 이상 대형 사고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코리아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의 참여와 실천이 필요하다.
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기고-이영순] ‘조심조심 코리아’를 만들자
입력 2014-11-18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