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출신 팝그룹 아바, 전설의 영국 록밴드 퀸, 그리고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와 감성 싱어송 라이터 빌리 조엘, 고(故) 김광석. 이 가수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노래로 만들어진 뮤지컬이 있거나, 제작 중이라는 사실이다. 최근 5년 만에 정규 9집 ‘콰이어트 나이트’를 발표한 가수 서태지(42)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자신의 히트곡으로 꾸며지는 뮤지컬을 제작한다고 지난 10일 발표했다.
◇2000년대 뮤지컬계 풍미한 주크박스 뮤지컬=이미 발표된 인기 대중음악으로 만든 뮤지컬을 ‘주크박스 뮤지컬’이라고 한다. 대표적으로 아바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맘마이아’를 들 수 있다. 1999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시작된 후 300여개 도시에서 공연됐다. ‘댄싱퀸’(1976) ‘허니허니’(1974) 등 22곡의 히트곡이 극 내내 흐른다. 가수의 꿈을 꾸지만 작은 모텔의 여주인으로 살고 있는 도나. 딸 소피가 결혼을 앞두고 자신의 아빠를 찾기 위해 엄마의 일기장을 펼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맘마미아’는 뮤지컬계에 한 획을 그었다. 이전에도 주크박스 뮤지컬이 있었지만 ‘맘마미아’처럼 대성공한 작품은 없었다. 이후 ‘맘마미아’ 스타일의 주크박스 뮤지컬이 잇따라 만들어졌다. 관객이 아는 음악으로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대중성이 보장돼 있고 가수의 팬을 공략해 흥행도 쉽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쏟아졌는데 퀸의 음악으로 만들어진 ‘위 윌 록 유’(2002)나 엘비스 프레슬리의 ‘올슉업’(2004), 포 시즌스의 밴드 결성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저지 보이스’(2005) 등은 국내에도 소개됐다.
‘맘마미아’의 인기를 넘어서는 작품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억지 스토리 라인과 원곡의 분위기를 살리지 못하는 밋밋함으로 관객들의 외면을 받기도 했다. ‘맘마미아’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국내에서 이 작품을 제작해 온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17일 “중년의 여성관객들을 아우를 수 있는 사랑과 우정, 부모와 자녀간의 관계가 모두 얽혀있어 다수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며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이 호기심에 극장을 찾았다가 극에 빠져들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크박스 뮤지컬이 ‘맘마미아’를 넘어서려면=국내에서도 2005년 밴드 자우림의 노래로 만들어진 ‘매직 카펫 라이드’를 시작으로 2011년 작곡가 고(故) 이영훈씨의 곡으로 엮은 ‘광화문 연가’, DJ DOC의 곡으로 완성된 ‘스트릿 라이프’ 등이 막을 올렸다. ‘서른 즈음에’ ‘먼지가 되어’ 등 김광석의 노래로 만들어 진 작품은 지금까지 총 3편이나 제작됐다. 현재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그날들’과 지난해 나란히 막을 올린 ‘디셈버’ ‘바람이 불어오는 곳’ 등은 같은 노래를 배경으로 다른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세 작품 모두 원곡의 인기와 비교할 때 큰 흥행을 거두지 못했다. 김광석의 뮤직비디오 같다거나 노래의 감동 이상의 무언가를 찾기 어려웠다는 의견이 주였다.
최근 주크박스 뮤지컬이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서태지의 뮤지컬 시장 진출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음악과 ‘이방인’으로 알려진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1913∼1960)의 ‘페스트’를 엮은 뮤지컬을 내년 말에 선보인다. 제작을 담당한 스포트라이트 송경옥 이사는 “서태지의 음악은 우리 정서와 의식이 담겨 있어 뮤지컬로 만들어 질 경우 세계적으로 한국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창작 대본을 사용하려 했지만 실험적인 음악과 어울리는 작품을 찾기 어려워 제작에 긴 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또 “카뮈의 ‘페스트’는 서태지의 노래가 담고 있는 사회성을 보이기에 알맞다”면서 “다양한 재미와 함께 뮤지션의 아우라도 보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원작이 훌륭하고 인기가 많을수록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서태지의 뮤지컬이 흥행할 수 있을지에 업계는 관심을 가지고 있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현재 브로드웨이에 걸리는 10편 중 7편이 무비컬이나 주크박스 뮤지컬일 정도로 보편화됐다”며 “‘맘마미아’의 문법을 탈피하고 음악 특유의 매력을 배가시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서태지 가세 ‘주크박스 뮤지컬’ 맘마미아 넘어설까?
입력 2014-11-18 02:15